[오늘의스타] 1m67㎝ 김선빈, 140㎞대 배짱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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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투수가 볼을 던지는 마운드는 평지보다 약 30㎝ 높다. 평지에서 볼을 던지면 타자 가슴 아래쪽의 치기 쉬운 높이로 공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2-1로 앞선 6회 말, 화순고 선발 정효진이 첫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하자 이동석 감독은 유격수를 보던 2년생 김선빈을 마운드에 올렸다. 김선빈은 작았다. 대회 팸플릿 프로필 난에는 1m70㎝로 나와 있고, 자기 말로는 1m67㎝라고 했다.

김선빈은 마운드에 올라가서야 타자와 눈높이가 맞았다. 그러나 불 같은 볼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스피드건에 140㎞ 이하로 찍히는 법이 없었다. 김선빈은 "공 하나하나에 온 힘을 다해 던진다"며 "그것이 유일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 볼에 중앙고 타자들의 방망이는 계속 헛돌았다. 김선빈이 2-1로 경기를 마무리짓자 스카우트들은 "담이 커서 당장 프로에서 마무리로 써도 되겠다"고 칭찬했다. 김선빈은 팀의 4번타자다. 유격수로 가면 2루수 강두형과 어울려 초고교급의 피스톤 콤비를 이룬다. 우익수로 가면 폭넓은 수비와 강한 어깨를 뽐낸다. 무엇 하나 버릴 게 없는 선수다.

김선빈은 투수보다 유격수로 성장하길 바란다. 작은 키의 한계를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두산 유격수 손시헌(1m72㎝)과 요미우리 2루수 겸 유격수 고사카 미코토(1m68㎝)를 좋아한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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