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부터 준비… 입장객에 하회탈 배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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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우리 예술의 정신세계를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가장 중점을 두었습니다. 한국문화의 특색을 가장 잘 나타내는 국악을 통해 우리 민족문화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더군요.』
이번 서울올림픽 문화예술축전 국악행사의 노른자위라 할 수 있는「국악큰잔치」(l8일∼10월 5일·국립국악원)를 마련한 이승열 국립국악원장은 이 행사는 사실상 지난 86년 아시안게임 무렵부터 준비해왔다고 한다.
그는『공연자체는 얼마든지 완벽하게 치를 자신이 있는데, 문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를 즐기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전통음악의 성격 그대로 의젓한 마음가짐과 당당한 자세를 잃지 않으면서 그「참 맛」과「참 멋」을 두루 알리고 싶다는 이야기다.
그는 프로그램 해설도 영어·불어·일어·중국어 등 4개국어로 만들어 외국인들의 이해를 최대로 돕겠다고 벼른다.
『하지만 외국인들뿐 아니라 정작 우리음악인 국악을 서양음악보다 낯설어하는 한국인들에게도 국악의 진미를 일깨워줄 생각』이라고 다짐하기도. 입장료를 좌석구분 없이 2천 원으로 통일한데다 입장객 전원에게 무료로 나눠줄 하회탈 모양의 기념배지를 준비한 것도 이번 기회에「국악바람」을 거세게 일으켜 보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국립국악원이 마련하는「국악큰잔치」는 가장 전통적이고 순수한 아악과 궁중무용 및 민속 음악·민속 무용 16가지를 A·B 두 프로그램으로 나누어 꾸몄다.
홀수 일에는 종묘제례악·포구락·가곡·춘앵전·거문고산조·대취타·살풀이·판소리, 짝수 일에는 수제천·승전무·청성곡·시나위·승무·경기민요·가야금산조·사물놀이를 공연한다.
『특히 9월 18일 저녁 8시부터 약2시간 동안 종묘 정전에서 펼쳐질「종묘악의 밤」에는 장엄하고 신비한 전통제례음악과 제례행사가 옛 모습대로 재현돼 전세계 인들의 가슴 깊이 우리 문화의 빼어난 면모를 새겨놓을 것』이라고 이 원장은 강조한다.
또 하나의 국악잔치로 1∼15일 국립국악원과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열리고 있는「대한민국 국악제」(한국방송공사 주최)는 정악·판소리·무속음악·창작국악·영산재 등 한국전통음악부터 현대 창작음악에 이르기까지 분야별로 나누어 매일 밤 각각 다른 내용을 공연한다.<글·김경희 사진·주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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