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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과 소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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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환경청은 시민들에게 소음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1일부터 소음 측정망이란 것을 서울역, 잠실, 광화문, 동대문에 설치했다.
소음의 정도는 일반적으로 db(데시벨)로 표시한다. 가령 사람이 탁자를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눌 때는 대체로 60db정도다. 시끄러운 식당이나 번잡한 거리의 소음은 70db, 오토바이 소리나 전동차가 철교 위를 달릴 때 내는 소음은 90∼1백db, 로크콘서트를 연주할 때 스피커의 앞자리는 1백20db, 1백50m 전방에서 들리는 비행기의 이륙소리와 총소리는 1백40db이다.
사람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소음이 85db을 넘어가면 불쾌감을 갖는다. 1백30db 이상이 되면 귀에 통증이 오고 심하면 고막이 파열된다. 따라서 혼잡한 거리의 소음 (70db)을 장기간 들으면 건강을 해친다. 아프리카 정글에 사는 성인은 같은 나이의 미국 도시생활자에 비해 청력감퇴가 훨씬 적다는 보고도 있다.
몇 년 전 창경원의 꽃사슴들이 담벼락 하나 사이에 둔 도로의 소음에 시달려 신경쇠약에 걸리고 심하면 임신도 안된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만큼 소음의 피해는 무섭다.
소음이 인체에 미치는 대표적인 피해는 난청이다. 그러나 순환계와 소화계에도 영향을 준다. 혈압이 오르고 위액의 산도가 떨어진다.
대도시 소음의 주범은 거의가 자동차다. 서울의 경우 주요 간선도로변의 낮 시간 소음은 77db로 일본 동경의 73db보다 높다. 우리의 자동차 댓수가 아직 1백60만대 정도이고 일본은 4천6백만대인데 우리 나라의 자동차 소음이 더 심하다는 것은 무언가크게 잘못돼 있다.
그러나 이런 소음의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 있다. 최근 일본의 한 연구소는 직장의 소음공해를 줄여 집중력을 높이고 작업능률을 올리기 위해 「이음치음」 요법을 개발했다.
근무 중 스트레스를 느낄 때는 베타파라는 뇌파가 증가하고, 반대로 심신이 편안할 때는 알파파가 늘어난다. 바로 그 알파파를 증가시켜주는 조용한 음악이 소음공해를 추방시켜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신적으로 피로할 때는「베토벤」의 『바이얼린 협주곡』 같은게 좋고, 긴장감을 줄 때는 「생-상스」의 『백조』 같은 음악이 작업능률을 올려준다고 한다.
어쨌든 모처럼 설치한 소음 측정망이 좋은 효과를 거두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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