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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두 강 온 양면 작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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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홍근 테러사건에 현역 군장성이 직접 개입한 것으로 밝혀지자 충격이 정치권 심부 깊숙이 번지고 있다.
겹쳐 쏟아지는 악재에 파묻혀 허우적거리고 있는 민정당 측은 사건의 늪에서 빨리 헤어나는 방안을 모색하느라 부심하고 있는데 야당 측도 최근일련의 체제수호, 이념 대 결성 발언들과 관련해 사건의 흐름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방문제에 정통한 한 당직자의 표현대로『건 군이래 최대의 참사』가 빚어내는 파장에 당황하고 있는 민정당은 방파제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 언론 테러가 군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사실에 쇼크를 받은 데 이어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양파껍질 벗겨지듯 고위군장성의 범행관련사실이 밝혀지자 실로 난감해 하는 표정.
이미 군은 물론 정부·여당의 이미지 손상은 불가피하게 됐고 자칫 잘못하다간 6공화국의 도덕성 시비에까지 휘말리게 될 우려가 있어 사법적 처리에 이은 정치적 매듭을 서두르고 있다.
민정당은 28일 저녁 청와대·정부와의 고위당정회의에서 이진백 정보사령관 문책, 군 고위층의 사과와 사의표명 등의 진화 책을 마련했지만 이 정도 대책으로 불길이 잡힐지 조마조마한 표정이다.
민정당은 이진백 사령관의 관련이 드러남에 따라 야당 측의 공세가 이종구 총장·오자복 국방장관에 쏟아지고 있는데 대해 적지 않게 신경 쓰고 있는데 현재로는 ▲이 총장이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총장교체는 군 지휘부의 개편을 수반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군의 사기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에서 오 국방의「사과성명」선정도로 마무리짓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 같다.
이 같은 인책진화에 급급하면서도 민정당은 야당 측의「사건의 본질을 뛰어넘는 정치공세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맞선다는 입장이다.
즉 오 부장 테러사건을 박희도 전『참 총장의 전역 사·김용갑 장관발언·「우리마당」테러사건·내무부책자배포와 같이 묶어「극우보수반동」의 흐름으로 파악하려는 야당 측의 움직임을「위험한 발상」이라고 규정, 논리적 반박을 펴고 있다.
민정당은 오 부장 테러는 분명히 『민주화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29일자성명)지만 어디까지나 일부 군인에 의해 저질러진「별개의 사건」(박준병 사무총장)이라는 것이다.
민정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최근의 극우-극좌논쟁을 의식,『우리는 극좌도 경계하지만 아울러 극우도 경계한다』(박 총장)고 못박고 있다.
그러나 민정당 측은 현역군장성의 테러가담으로 자칫하면 체제수호가 마치 극우적 수법을 옹호하는 듯이 내비칠까 걱정이 태산이다.
때문에 민정당 측은 김용갑 총무처장관 발언을 문제삼는 국회 행정 위의 소집도 연기해 보려고 민주당 김영삼 총재와 직접 접촉, 설득을 시도해 봤지만 결국 실패했다.
당내에서도 군 출신 등 일부는 신 우익 론 적인 체제수호발상에 동조하고 있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민정당의 이미지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한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고 의기 소침해 하고 있는 등 당내의 강·온 세력들 간에도 손발이 잘 맞지 않고 있다.
『자살골』(윤길중 대표),『너무나 어처구니없어 쉽게 설명할 수도 없다』(박 총장)는 표현대로 너무 치명적인 일이 일어 난데 대해「여권 내 누수현상」일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러운 지적도 고개를 내밀고 있다.
야 3당은 오 부장 사건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점을 강력히 성토하되 너무 자극적 자세를 취함으로써「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으려는 조심스런 태도다.
즉 이번 사건을 올림픽 이후정국과 관련해 정가에 나돌던 막연한「소문」과 결부시켜 그 뿌리를 뽑으려는 적극적 자세를 취하면서도「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으로 정치 판 자체에 영향을 줄 정도로는 밀어붙이지 않기 위해 완급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때문에 야당의원들은 자신들의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이 군부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비쳐지지 않기 위해 꽤나 신경을 쓰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다른 정치성 사건과는 달리 여론보다 크게 앞서려 하지 않고 있다.
지난 26일 열린 국방위에서도 야당의원들은 군부에 대한「애정」을 수차 강조하는가 하면 국방장관이나 참모총장의 답변을 아무런 이의 제기 없이 경청했다.
야당 총재들 역시 이번 사건이 내포하고 있는 이면의 미묘한 정치적 함수관계를 인식한 듯 입장표명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데 김대중 평민당총재는 이번 사건에 대한 인책문제와 관련, 『오자복 국방장관은 이번 총 선에서 군대 내의 공개투표를 처음으로 막는데 공헌한 사람』이라며 오 국방에 대한 정치적 책임보다는 구체적 행위자와 모의자의 처벌로 책임범위를 축소하고 있다.
민주당의 김영삼 총재도 이번 사건을 극소수 정치군인의 짓으로 규정하고 대다수 성실한 군인의 존재를 상기시켰으며 김종필 공화당총재는 아예 이번 사건을 극우파의 행동이라 기 보다는「돌출분자」의 소행으로 축소해석 한 뒤『정치인은 침착하게 사후까지 생각해야지 너무 자극적인 얘기를 하면 안 된다』는 의미심장한 얘기까지 했다.
이처럼 야당 측이 한편에선 오 부장 사건의 매듭을 푸는데 있어 조심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이번 사건이 안고 있는 본질을 최대한 부각시키기 위해 김용갑 총무처장관의 발언과 양동안 교수의『우익은 죽었는가』라는 책자배포사건과 한데 묶어「극우세력의 준동」이란 포장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특히 김대중 평민당총재는 책자배포사건을『정치적 성격으로 보나 뿌리로 봐 오 부장 사건보다 더 근본적이고 위험천만한일』이라며 조사단을 내무장관에게 보내는 등 신 우익론 책자배포사건을 전열에 부상시키려 하고 있으며 김종필 공화당 총재도『일련의 행동은 이미 지난번 김용갑 총무처장관 발언 때 주의를 주었어야 했다』고 해 오 부장 사건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야당 측은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구체적 해결대안에 있어서는 다른 사건 때처럼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식이 아니라 노태우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함으로써 자제와 신중함을 보이고 있다. <이연홍·김 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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