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위안화 절상 절실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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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정상은 무역 불균형과 위안화 절상 문제, 지적재산권 보호, 중국의 인권, 북한.이란 핵 문제, 대만 문제 등을 놓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분위기는 대체로 좋았으나 빡빡했던 부분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급부상에 대해 최근 미국에서 경계론이 세게 일고 있는데다 대만 문제와 인권 등에 대해서는 후 주석이 할 말을 했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에 앞서 백악관은 21발의 예포를 쏘며 후 주석을 환영했지만 중국이 요구한 '국빈 방문(State of Visit)' 형식은 끝내 취하지 않았다.

◆ 부시, "이견에 솔직하자"=부시 대통령은 백악관 남측 잔디밭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중국의 부상을 환영하며 양국 관계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면서도 "양국의 이견에 대해선 솔직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집회.의사표현.종교의 자유를 증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은 경제개혁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미국과의 무역불균형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이 볼 때 베이징 당국은 위안화 가치를 너무 낮게 유지하고 있다"며 "위안화 절상이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했다. "대만 해협에선 절대로 무력 충돌이 일어나서는 안 되며, 대만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부시 대통령은 환영식에 이어 열린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탈북자 김춘희씨를 북한으로 송환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중국에 김씨의 행방을 파악하는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촉구했으며, 앞으로 탈북자들에게 난민캠프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미 국무부는 며칠 전 김춘희씨 송환에 대해 중국 측에 일단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란 핵문제와 관련해서도 중국의 협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 후진타오 답사=후 주석은 답사에서 "중국은 개혁과 개방을 하고 있고, 세계 평화와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만은 뗄 수 없는 중국의 영토인 만큼 우리는 결코 대만 분리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앞으로 환율 개혁, 미국 제품 수입 확대,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으나 정상회담에선 미국의 요구를 대폭 들어주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날 보잉사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의 목표는 우리가 수용할 수 있고, 미국과 동등한 차원에서 환율이 안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대폭적인 위안화 절상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곤란하다는 얘기였다.

이 자리에서 후 주석은 1200년 전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의 시 '행로난(行路難)'의 한 대목인 '장풍파랑회유시(長風破浪會有時.큰 바람 타고 파도를 헤치는 때가 오리니), 직괘운범제창해(直掛雲帆濟滄海.돛을 높이 달고 큰 바다를 건너리라)'란 시구를 읊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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