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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BIS 비율이란 무엇인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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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2003년으로 돌아가 외환은행을 팔았던 상황부터 짚어보죠. 당시 외환은행은 골칫덩이였어요. 외환은행은 하이닉스반도체에 돈을 많이 빌려줬는데 이 회사가 장사가 안 돼 돈을 떼일 위기에 처했습니다. 자회사인 외환카드도 고객들이 카드를 쓰고 돈을 못 갚아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죠. 이런 외환은행을 되살리려면 다른 투자자로부터 돈을 끌어오거나 나랏돈인 공적자금을 쏟아부어 튼튼하게 만드는 방법밖에 없었어요. 당시 국회는 부실 기업에 공적자금을 더 넣는 것에 반대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결국 다른 투자자를 찾아 외환은행을 처분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 외환은행 매각을 결정한 최종 기준은 무엇이었을까요. 이게 바로 BIS 비율입니다.

수많은 고객이 돈을 맡기는 은행은 고객이 원할 경우 언제든지 돈을 돌려줄 만큼 튼튼해야 합니다. 이를 '건전성'이라고도 해요. 그런데 이 건전성을 판단하는 잣대가 BIS 비율입니다. BIS는 원래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의 약자입니다. 이 국제결제은행이 각국의 모든 은행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건전성 잣대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BIS 비율이지요.

그렇다면 BIS 비율은 어떻게 구할까요. 은행이 가진 재산에서 빚을 뺀 것을 '자기자본'이라고 부릅니다. 은행의 장사밑천에 해당하는 알짜 자산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은행이 기업 등에 빌려줬으나 자칫 떼일지도 모를 돈을 '위험가중자산'이라고 합니다. 이 자기자본의 크기가 위험가중자산과 비교해 얼마나 되는지 구하는 게 바로 BIS 비율(자기자본÷위험가중자산)인 것입니다. 한마디로 은행이 만약의 위험에 대비해 밑천을 얼마나 두둑이 쌓아두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라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BIS 비율이 통상 8%를 넘어야 건전한 은행으로 인정을 해줍니다. 외환위기 전까지만 해도 이 개념은 생소하기만 했지요. 하지만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550억 달러의 금융지원을 받는 대신 BIS 비율이 8%에 이르지 못하는 은행을 없애기로 하면서 당시 은행에는 BIS 비율이 공포의 대상이었답니다. 실제로 동화.경기.충청.동남.대동은행 등은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해 시장에서 사라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요.

외환은행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2003년 여름 정부와 외환은행 경영진들은 돈을 더 끌어오지 않으면 2003년 말의 'BIS 비율'이 6.16%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BIS 비율이 6%대까지 떨어지면 위험한 은행이라는 낙인이 찍히기 때문에 돈을 맡긴 고객들이 서로 돈을 찾으러 은행에 몰려드는 '자금인출 사태'가 걱정되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당시 외환은행에 돈을 대겠다는 투자자는 사실상 론스타 하나뿐이었어요. 론스타는 금융회사가 아닌 펀드입니다. 법에 따라 원래는 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없지요. 그러나 외환은행의 BIS 비율 때문에 금융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걱정되는 상황에서 결국 정부는 예외적으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게 허락을 해줬습니다.

그런데 2003년 2100억원의 적자를 내며 비실대던 외환은행은 다시 장사가 잘 되면서 지난해엔 1조9000억원의 돈을 벌어 들이는 우량은행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론스타는 이런 외환은행을 최근 국민은행에 팔기로 하면서 4조5000억원이라는 거액을 벌게 됐어요. 이 때문에 외환은행을 헐값에 팔아서 론스타의 배만 잔뜩 불려준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2003년 외환은행을 살리는 데 다급했던 정부가 6.16%라는 BIS 비율을 일부러 낮게 조작해 론스타의 인수를 도와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어요.

BIS 비율이 어떻게 올라갔다 내려갔다 할 수 있냐고요?. BIS 비율을 어떻게 계산하는지 이미 설명했지만 '자기자본(분자)'을 늘리거나 '위험가중자산(분모)'을 줄이면 비율은 올라가겠지요. 그 반대면 비율은 내려갑니다.

투자자들이 돈을 대는 증자가 이뤄지거나 은행이 이익을 많이 남기면 분자가 커져 자연히 BIS 비율은 올라갑니다. 이번에 BIS 비율 조작 의혹의 핵심은 바로 이 분자가 잘못됐다는 것입니다. 하이닉스나 외환카드에서 생길 예상 손실 금액을 1조3000억원 정도면 될 것을 1조7000억원으로 부풀려 계산했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자기자본을 갉아먹어 분자가 작아지고, BIS 비율도 낮게 산출되는 것이죠. 이런 의혹에 대해 정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누구 말이 맞냐고요. 현재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그 결과를 기다려봐야 합니다.

BIS 비율은 고객 입장에서도 중요한 정보랍니다. 외환위기 이후 주부들까지 거래 은행에 'BIS 비율이 얼마냐'고 물어보는 게 유행했을 정도니까요. 틴틴 여러분도 은행이나 저축은행에 예금을 할 때 해당 금융회사의 홈페이지에서 들어가 'BIS 비율'이 얼마인지 한번 확인해 보면 어떨까요.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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