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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보아' 나올지 보아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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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보아'가 한.중.일 3개국에서 쑥쑥 자라고 있다. 10대 가수 보아(17)가 누군가. 2000년 8월에 데뷔해 지금까지 국내에서 1백30만장, 일본에서 3백50만장이 넘는 음반 판매량을 기록, 거의 1천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린 '걸어다니는 1인 기업'이다.

보아는 또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데뷔 전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해 공들여 개발한 '기획상품'이란 점에서도 여느 가수와 차별화된다. 그렇다면 과연 제2,3의 보아가 또 나올 수 있을까. 이런 물음을 가지고 보아를 탄생시킨 서울 청담동의 SM 본사를 찾았다.

이곳 연습실에선 멤버 개개인 모두 메인 보컬감일 정도로 탁월한 가창력을 뽐낸다는 5인조 보컬 그룹과 또 다른 4인조 록밴드가 올해 말(혹은 내년 초) 데뷔를 앞두고 맹연습 중이었다. 내일의 스타들은 이들 한국 청소년만이 아니다.

중국에서 선발된 예비 스타들이 화려한 내일을 꿈꾸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현지 선발한 일본인들과 한국에서 건너간 소녀 보라(본명은 진보라.16)가 '재팬 드림'을 이루기 위해 맹훈련 중이다.

◇우리는 중국판 H.O.T

SM 김경욱 대표의 집무실 한 쪽 벽에는 얼핏 보기에도 눈에 확 띄는 미모의 남녀 사진 수십 장이 붙어 있다. SM에 의해 스타재목으로 발탁된 이들이다.

활짝 웃는 얼굴 사진 아래 간단한 프로필이 붙어있는데 '차이나 여자' '차이나 남자'라 분류된 사진만도 열 다섯 장. '×××, 21세, 상해 거주' '××, 16세 북경' '××, 17세 북경' …모두 중국인 스타지망생들이었다.

"현지에서 선발대회 등을 거쳐 뽑은 후보들"이라고 이들을 소개한 김대표는 "봄에 씨를 뿌려야 가을에 수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M은 이미 2000년부터 '중국판' H.O.T와 S.E.S를 염두에 두고 스타 후보 선발대회를 실시해 왔다고 한다.

여기서 뽑혀 올 3월 한국에 와 데뷔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은 현재 3명. 헤이룽장성 출신의 한경(19)과 윈난성 출신의 위성(20), 이소(19 )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이 요즘 받고 있는 수업만 해도 재즈 댄스.힙합.음악이론.보컬.한국어 등 다섯 가지. 베이징의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하던 이소는 "처음엔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하루하루 연습을 하다보니 배우는 것 모두가 새롭기만 하다"고 말했다.

SM 중국사업부 이준동씨는 "거대한 중국시장을 겨냥해 2000년부터 해마다 중국과 미국 화교를 대상으로 오디션을 실시했다"면서 "이들이 다른 멤버와 호흡을 맞춰 H.O.T와 같은 그룹으로 대중 앞에 서려면 앞으로도 2년이 넘게 공을 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라.도모카 그리고 록밴드까지

현지화 전략을 통한 '제2의 보아 프로젝트'는 일본에서도 진행 중이다. 이름은 보라. SM의 일본 현지법인인 SM재팬은 현재 보아보다 한 살이 어린 보라를 '제2의 보아'로 다듬고 있다. 현재 보라가 일본에서 받고 있는 수업은 언어만 해도 일본어.영어.중국어 등 3개 국어. 언어 수업 외에 보컬.댄스.연기.헬스. 워킹 훈련도 받는다.

SM재팬의 남소영 이사는 "보아는 데뷔 후에야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으나 보라는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중국어를 처음부터 익히게 했다"고 말했다.

남 이사는 "보아의 가장 큰 무기가 댄스라면 보라는 훨씬 더 여성적인 외모를 내세워 노래와 연기 등을 모두 소화해낼 수 있는 멀티 엔터테이너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SM재팬은 여기 더해 아예 일본 소녀 도모카(16)를 선발해 아시아 연예시장을 공략할 신무기로 훈련 중이기도 하다.

◇스타는 전문가들 합작품

SM에는 각 팀의 레슨 스케줄을 관리하는 '트레이닝 코디네이터'가 네 명, 댄스나 보컬 훈련을 위해 외부에서 초빙돼 온 강사만 해도 10여명에 달한다.

이 곳에서 4년째 트레이닝 코디네이터로 일해온 김숙영씨는 "이들의 일상 생활과 각종 레슨 등 스케줄은 물론 각 가수의 개성과 장단점을 파악해 캐릭터화하는 작업 등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 명의 스타를 키워내기 위해서 장기간 투자해야 하는 등 위험 부담이 적잖은 것이 사실"이라며 "가능하면 10대를 많이 만나 그들의 취향을 분석하고, 오랜 기간 축적된 노하우로 매주말 오디션이나 1년에 2회 열리는 'SM 짱 선발대회' 등을 통해 후보를 찾는 일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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