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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농장이 미국 최고 힐링 리조트로 거듭난 사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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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7호 20면

서현정의 월드 베스트 호텔 & 레스토랑   

미국 최고의 힐링 리조트 '블랙베리 팜'을 상징하는 풍경. 중앙의 붉은색 목조 건물이 메인 레스토랑 건물 ‘더 반’이다. 펜실베니아 스타일의 붉은색 목재 헛간을 개조했다. [사진 beall + thomas photography]

미국 최고의 힐링 리조트 '블랙베리 팜'을 상징하는 풍경. 중앙의 붉은색 목조 건물이 메인 레스토랑 건물 ‘더 반’이다. 펜실베니아 스타일의 붉은색 목재 헛간을 개조했다. [사진 beall + thomas photography]

바스락 소리가 날 만큼 풀을 먹인 이불 속에서 살짝 잠이 깬 순간. 무리 지어 울어대는 새소리가 새벽임을 알려준다. 때마침 울리는 일행의 메시지. “우와! 하늘 좀 보세요.” 얼른 일어나 커튼을 열어젖힌다. 막 해가 뜨던 참, 빼곡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빛은 어떤 색깔로도 표현할 수가 없다. 굳이 말하자면 바이올렛과 핑크에 황금빛 아우라가 둘러 있다고 할까. 급하게 방문을 나선다. 어제 보아두었던 전망 좋은 곳, 언덕 저 아래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이르니 비현실적인 안개가 숲 전체를 덮으며 피어오른다.

'블랙베리 팜' 리조트가 위치한 그레이트 스모키 산맥 국립공원은 아침마다 거대한 안개가 올라온다. 농장에 안개를 감상할 수 있는 의자가 놓여 있다. [사진 beall + thomas photography]

'블랙베리 팜' 리조트가 위치한 그레이트 스모키 산맥 국립공원은 아침마다 거대한 안개가 올라온다. 농장에 안개를 감상할 수 있는 의자가 놓여 있다. [사진 beall + thomas photography]

이곳은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즈(The Great Smoky Mountains)’라 불리는 미국 남부 테네시 주의 국립공원. 그리고 그 안의 농장 리조트 ‘블랙베리 팜(Blackberry Farm)’이다. 그레이트 스모키 산맥 국립공원은 미 동부를 따라 이어지는 애팔래치아 산맥의 남쪽 끝부분으로, 아침마다 피어오르는 어마어마한 안개 때문에 이런 독특한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블랙베리 팜은 농장과 숲이 어우러진 자연 친화적 힐링 리조트로 미 남부는 물론 미국 전역에서도 최고로 꼽힌다.

그레이트 스모키 산맥 국립공원 안쪽 # 78년 전통 농장 리조트 ‘블랙베리 팜’ # 밭에서 기른 채소, 매일 손님 식탁에 # 송로버섯부터 맥주·치즈도 직접 생산

블랙베리 팜의 역사는 194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복잡한 도시가 싫어 여행을 떠난 라지어(Lasier) 부부는 이곳의 아름다움에 반해 작은 농장을 짓고 정착한다. 블랙베리 팜이라는 이름은, 부인인 플로리다가 지친 다리를 쉬기 위해 실크 스타킹을 벗어 걸친 나무가 블랙베리였던 데서 비롯되었다. 호텔로 변하게 된 것은 이후 샌디와 크리스 베어(Sandy&Kries Beall) 부부가 이 농장을 사들이면서부터. 미 남동부를 대표하는 중저가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 ‘루비 튜즈데이(Ruby Tuesday)’의 창립자이기도 한 진취적인 부부는 76년 블랙베리 팜에서 가족과 지역의 전통을 살린 호텔을 시작한다.

'블랙베리 팜' 리조트 메인 빌딩에 있는 히스토릭 룸. 미국 남부의 역사와 정취가 느껴진다. [사진 beall + thomas photography]

'블랙베리 팜' 리조트 메인 빌딩에 있는 히스토릭 룸. 미국 남부의 역사와 정취가 느껴진다. [사진 beall + thomas photography]

처음 호텔을 시작했을 때 크리스는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직접 객실을 꾸몄다. 매일 동네에서 장을 봐 둘의 결혼식 때 선물 받은 그릇에 투숙객을 위한 저녁 식사도 차렸다. 집과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고, 이 지역을 이해하도록 하고 싶었다고 한다. 방 6개의 작은 호텔이었다.

아침에 수확한 들꽃과 채소를 가득 싣고 농장에서 오는 리조트 직원. 이날 리조트 고객 식탁에 오를 재료들이다. [사진 육경희]

아침에 수확한 들꽃과 채소를 가득 싣고 농장에서 오는 리조트 직원. 이날 리조트 고객 식탁에 오를 재료들이다. [사진 육경희]

현재의 블랙베리 팜은 4200㎡의 광대한 부지에 63개 객실, 300여 명 스태프를 지닌 울트라 럭셔리 리조트다. 제빵사, 치즈 메이커, 정육업자, 쇼콜라티에, 양조 전문가, 셰프, 소믈리에, 농부, 목축업자, 정원사, 객실 서비스맨 등등 수많은 장인이 이 리조트를 위해 일한다. 하지만 크리스의 마음은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다. 밭에서는 그날그날 고객이 먹을 채소를 기르고, 목장의 염소ㆍ돼지ㆍ닭으로 치즈와 육가공품도 직접 만든다. 모든 식재료는 여전히 이곳을 찾는 고객을 위한 것이다.

‘더 반’의 내부 모습. 단순한 목조 건물 안에 화려안 샹들리에가 장식되어 있다. 농장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파인 다이닝이 펼쳐진다. [사진 beall + thomas photography]

‘더 반’의 내부 모습. 단순한 목조 건물 안에 화려안 샹들리에가 장식되어 있다. 농장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파인 다이닝이 펼쳐진다. [사진 beall + thomas photography]

메인 레스토랑 ‘더 반(The Barn)’은 펜실베이니아에서 가져온 붉은빛 목재 헛간을 개조했다. 건물은 단순하지만, 더없이 화려하다. 천장에 장식된 거대한 샹들리에와 16만6000병에 이르는 프리미엄 와인을 자랑하는 저장고, 미 남부의 상징 버번위스키 바도 더해졌다. 하지만 이곳의 자부심은 농장과 지역의 오가닉 식재료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산기슭 요리(Foothills Cuisine)’라 이름 붙인 파인 다이닝이 준비된다. 식재료에 대한 생각이 같다면 덴마크의 전설적인 레스토랑 ‘노마(Noma)’의 ‘르네 레드제피(Rene Ledzepi)’ 같은 세계 정상급 셰프도 초청해 행사를 연다.

블랙베리 팜의 새로운 마스코트. 이탈리아 전통 혈통의 송로버섯 탐색견 '라고토 로마뇰로'다. [사진 서현정]

블랙베리 팜의 새로운 마스코트. 이탈리아 전통 혈통의 송로버섯 탐색견 '라고토 로마뇰로'다. [사진 서현정]

 블랙베리 팜의 대표 수제 맥주 ‘세송’. 한 병에 5만원이나 하지만, 리조트의 양주사업을 이끄는 술이다. [사진 서현정]

블랙베리 팜의 대표 수제 맥주 ‘세송’. 한 병에 5만원이나 하지만, 리조트의 양주사업을 이끄는 술이다. [사진 서현정]

레스토랑도 끊임없이 진화했다. 최고의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 레스토랑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10년 전부터 수제 맥주를 만들었고, 최근에는 농장 부지에서 송로버섯도 발견했다.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라고토 로마뇰로(Lagotto Romagnolo)’를 훈련해 송로버섯을 찾는다. 역사책에도 등장하는 이 진귀한 혈통의 개는 이내 블랙베리 팜의 새로운 상징이 되었다.

스파 하우스는 버려진 19세기 집을 리노베이션했다. 대도시의 유명 브랜드 스파들과 달리 스모키 마운틴의 고요함 속에서 주변의 산과 밭, 숲에서 영감과 편안함을 얻도록 했다. 명상과 요가, 하이킹과 바디 마시지가 개인의 상태와 계절의 변화에 맞춰 진행된다.

객실은 리조트의 역사와 함께하는 6개 히스토릭 룸부터 대규모 가족이 묵을 수 있는 단독 하우스까지 다양하다. 전형적인 미 남부의 우아함과 클래식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럭셔리 리조트답게 최신 설비도 잊지 않았다. 반딧불이 반짝이는 숲속 오두막의 벽난로 앞에 앉아 완벽한 음향 시스템의 사운드와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대를 이어 블랙베리 팜을 운영하는 베어 가족은 “긍정의 힘이 여기까지 이끌었다”고 말한다. 매일 아침 집을 나서는 아이들에게 ‘오늘도 최고의 날을 만들어라’라고 말한다고 한다. 자연과의 조화, 전통에 대한 존중, 삶의 여유를 중요시하는 곳. 블랙베리 팜은 단순히 휴가를 보내는 리조트가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하는 곳이다.

◇이용정보=‘블랙베리 팜(blackberryfarm.com)’ 리조트의 객실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메인 건물에 있는 기본 객실은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1박 50∼100만원. 단독 빌라는 1박 150만원부터다. 조식 포함. 저녁 만찬은 약 16만원.

서현정 여행 칼럼니스트 shj@tourmedici.com
인류학 박사이자 고품격 여행사 ‘뚜르 디 메디치’ 대표. 흥미진진한 호텔과 레스토랑을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 품격 있는 여행 정보를 알려주는 여행사가 없어 아예 여행사를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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