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국 한복판서 "금발 아동 하룻밤에 1000달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공항에서 포주를 만난 고객은 시내 뒷골목 값싼 호텔 방으로 안내된다. 방에는 아직도 앳되어보이는 16세 소녀가 마약에 취한 채 멍한 눈빛으로 손님을 맞는다. 이 소녀는 이날 저녁에만 17명의 손님을 받았다.

방콕이나 코스타리카의 뒷골목에서 벌어지는 어린이 성매매 현장이 아니다. 바로 미국의 '바이블 벨트'의 중심 도시라는 애틀란타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이다. '바이블 벨트'란 미국 남부의 기독교 원리주의 신도가 많은 지방을 일컫는 말이다.

섹스관광과 어린이 성매매는 더 이상 동남아시아나 중남미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내에서도 점점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로이터는 현지 보도를 통해 미국내 실태를 파헤쳤다.

애틀란타에서는 하룻밤에 1000달러면 금발의 10대도 예약하기 어렵지 않다. 애틀란타는 미국 내에서 10대 성매매가 성행하는 대표적인 도시로 지목되고 있으며, 주변 지역에서 비행기로 날아오는 성 구매자를 위한 서비스 산업이 활기를 띄고 있다. 애틀란타 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공항이지만, 요즘은 10대를 찾는 고객들에게 싸고 편리하고 안전한 성상품을 제공하는 공항으로도 유명해졌다.

조지아주의 풀턴 카운티 청소년범죄 주임재판관 샌포드 존스씨는 "주변 도시에서 날아온 사람들이 포주를 통해 점심때 14세 어린이를 성매매하고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저녁을 먹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애틀란타 거리의 매춘부들의 절반이 18세 미만이라고 말한다. 성매매는 섹스 사이트나 블랙 플래닛(Black Planet) 같은 커뮤니티를 통해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애틀란타 경찰은 지난달 캐나다에서 비행기를 타고 와 14세 어린이와 성매매를 한 혐의로 한 캐나다인을 구속했다. 또 한 남성은 조지아주 북부에서 자동차로 몇시간을 달려와 13세 어린이를 만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애틀란타가 다른 지역에 비해 어린이 성매매의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은 느슨한 법 때문이다. 2003년 통과된 미 연방법은 외국이나 다른 주에서 18세 미만의 매춘 여성을 사는 미국인에게 최고 30년형을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조지아주 법률은 18세 미만 성매매 행위에 대한 처벌이 5 ̄20년에 불과하다.

FBI는 애틀란타 외에도 시카고, 달라스, 디트로이트, 라스베가스, 로스앤젤레스, 뉴욕 등 14개 도시를 어린이 성착취가 성행하는 중심 도시로 파악하고 있다. 14곳 대도시에서만 18세 미만 매춘이 20만 ̄3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역 시민단체인 '애틀란타 여성아젠다'의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성매매에 노출되는 가장 큰 원인은 가출이다. 가출 어린이에 접근한 매춘조직은 이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대가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착취를 시작한다. 90% 이상의 가출 어린이가 매춘에 빠진다. 3분의 1은 가출한지 48시간 이내에 매춘 유혹에 빠진다. 충격적인 사실은 부모가 직접 아이들을 매춘조직에 넘기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는 잘생긴 젊은 남녀 모집책의 유혹에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어린이가 성매매 대상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어릴수록 성병이나 에이즈 등의 질병에 적게 노출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그러나 어린이의 신체는 미발달 상태이기 때문에 상처가 나기 쉽고 따라서 에이즈에 감염되기 쉽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6~21세 가운데 에이즈에 감염된 여성은 남성에 비해 50%나 높다는 통계도 있다.

강서규 기자 <esoze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