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내 해결이 중요" …한 발 물러선 김명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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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놓고 사법부 내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김명수 대법원장이 8일 "법원 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출근길에 "이번 사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게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다. 

지난달 28일 출근길에 "검찰 고발까지 고려하겠다"고 말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다만 김 대법원장은 "검찰 수사는 안 하겠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그런 뜻이 아니라 기본 마음가짐이 그렇다는 뜻이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좌고우면으로 읽힐 수 있는 김 대법원장의 이런 행보를 놓고 법원 내에선 여러 해석이 나온다.  김 대법원장은 올해 초 고등부장으로 승진한 판사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상반기 내로 사태를 마무리하고 '좋은 재판' 등 내부 개혁에 힘쓰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이번 사태를 (수사로) 확대시킬 생각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았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과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초 대법원에 근무한 한 판사는 "김 대법원장은 추가조사위(2차 조사) 활동을 지시할 때만 해도 법원의 힘으로 해결하자는데 무게를 뒀다"면서 "특별조사단(3차 조사) 발표를 전후로 진보 성향인 '인사모(국제인권법연구회 내 소모임)' 인사들이 (김 대법원장에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했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으로선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된 이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검찰 수사 가능성을 내비쳤던 것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다.

하지만 5일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이어 7일 전국법원장들까지 20년차 이상의 고참 판사들이 한목소리로 수사 불가를 외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추가조사위원장을 맡았던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도 간담회 자리에서 검찰수사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는 데 동의했다. 민 법원장은 인권법연구회 전신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그는 최근 사석에서 국회가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것보다 검찰 수사가 더 부적절하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달 31일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전국법원장간담회·전국법관대표회의 의견을 종합해 형사 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공언했다. 5일 사법발전위원회에선 수사가 필요하단 의견이, 7일 법원장간담회에선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11일 예정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또 다른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앞서 1일부터 의정부지법·서울가정법원·대구지법·서울중앙지법 등 단독·배석판사들이 잇따라 회의를 열고 "수사 촉구"를 결의했다. 인천지법·부산지법에선 부장판사들도 같은 의견을 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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