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9월 러시아서 북ㆍ중ㆍ러 3자회의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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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의 급변이 펼쳐지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결속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8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한다. 북ㆍ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때인 만큼 두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해 조율된 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5년 5월 모스크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5년 5월 모스크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

이어 시진핑 주석은 9월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릴 예정인 동방경제포럼에 참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중이라고 베이징의 소식통이 밝혔다. 이 포럼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푸틴 대통령의 초청을 받은 상태여서 북ㆍ중ㆍ러 3자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도 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다.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 시진핑 참가 유력 #북ㆍ미 회담 나흘 앞둔 8일엔 중ㆍ러 정상회담 #싱가포르 담판 앞두고 시진핑-푸틴 결속 강화

푸틴 대통령의 국빈 자격 방중은 9일부터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이뤄지는 것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ㆍ러 정상회담에선 양자 현안 이외에 한반도 문제가 주요 의제로 회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비핵화 해법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며 미국을 견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6일 공개된 푸틴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에서도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는 선하이슝(愼海雄) 중국중앙방송(CC-TV) 사장과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문제에 러시아와 중국은 입장 일치하며 두 나라는 공통의 로드맵을 이미 제시했다”고 발언했다. 이는 지난해 7월 발표된 ‘한반도 문제에 관한 중ㆍ러 공동성명’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양국의 공동 해법을 재확인할 예정임을 시사한 발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중국 국빈 방문에 앞서 중국 CCTV와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내용 일부는 6일 방송됐다. [CCTV 화면 촬영]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중국 국빈 방문에 앞서 중국 CCTV와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내용 일부는 6일 방송됐다. [CCTV 화면 촬영]

중ㆍ러의 로드맵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시험 중단 및 한ㆍ미 대규모 연합훈련 중단→협상 개시→무력 불사용ㆍ불침략ㆍ평화 공존을 포함한 총체적 원칙 확정→핵 문제와 한반도ㆍ동북아 안전보장체제 구축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중국이 제기해 온 ‘쌍중단’ 및 ‘쌍궤(투트랙)병행’론과 러시아의 단계적 구상을 보태 가다듬은 방안이다. 문제는 두 나라의 방안이 북한의 ‘단계적ㆍ동시적’ 해법에 가깝다는 점이다. 과감한 비핵화 행동조치가 선행되어야 상응하는 보상조치를 할 수 있다는 미국의 입장과는 차이가 난다. 이를 감안하면 중·러 두 정상이 북·미 회담 나흘 전에 만나 북한의 단계적 해법을 지지하며 미국을 견제하는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있다.

그는 이어 “북한의 안전보장 요구는 이해할 만한 것”이라며  “세부조치와 시행 기간을 명시하기는 어렵지만 관련국들이 여러 측면에서 참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평화체제 구축 논의에서 러시아도 참여해야 함을 시사한 말로도 들린다. 푸틴 대통령은 또 “북한 지도부가 미사일 및 핵 실험을 중지하기로 한 결정을 높이 평가 한다”며 “솔직히 말해 나를 놀라게 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8일 베이징에서 공식 환영식과 정상회담을 한 뒤 톈진(天津)을 거쳐 칭다오를 찾을 예정이다.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9월 7일께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시 주석이 참석해 달라고 정식 초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 소식통은 “사전 협의를 통해 시 주석의 참석이 유력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목되는 것은 이 자리에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지난달 31일 방북한 세르게이 라브노프 외무장관을 통해 정식 초청의사를 밝혔다는 점이다. 한때 칭다오에서 열릴 수 있다는 추측을 불렀던 북ㆍ중ㆍ러 3국 정상의 만남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릴 수 있다는 얘기다. 별도의 소식통은 “아베 일본 총리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 포럼에 참가하는 쪽으로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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