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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도 없는 공포의 진드기···구토·경련땐 '사망 적신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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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TS 바이러스를 옮기는 작은소피참진드기. 한국과 중국, 일본 등지에 서식한다. [연합뉴스]

SFTS 바이러스를 옮기는 작은소피참진드기. 한국과 중국, 일본 등지에 서식한다. [연합뉴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은 작은소피참진드기가 옮기는 질병이다.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고열ㆍ설사 등의 증세를 거쳐 심하면 숨질 수도 있다. 별도의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도 없다. 최근 5년간 607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20.9%인 127명이 사망했다.

그런데 SFTS에 걸린 환자가 구토ㆍ경련을 하면 사망 위험이 크게 뛰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환자는 발열 증세를 호소하며 병원을 처음 방문했지만, 진드기에 물린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박혜경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감시과장 연구팀은 지난해 SFTS 환자 272명의 역학적 특성을 분석한 보고서를 4일 공개했다.

지난해 환자는 온도가 높은 5~11월에 집중됐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56명으로 가장 많았고, 강원ㆍ경북이 39명으로 뒤를 이었다.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을 따져보면 강원 인제군이 18.19명으로 가장 높았다. 다만 성별로는 남성 51.1%, 여성 48.9%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연령별로는 전체 환자 93%가 50대 이상이었고, 감염 추정 경로는 농업 관련 활동이 59.9%로 가장 많았다. 장ㆍ노년층이 야외에서 농사일을 하다가 많이 감염된다는 의미다. 사망자의 61.1%는 70대 이상의 고령층이었다. 특히 다른 연령대와 달리 50대는 남성 환자(43명)가 여성(22명)의 두 배에 가까웠다. 질본 연구팀은 “50대 남성이 일상복 차림으로 수풀에 그냥 들어가는 등 위험 행태가 더 자주 일어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감염 후 증세로는 발열이 96.3%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대부분의 환자가 고열 증세를 공통으로 겪는다는 것이다. 피로감(36.4%)과 근육통ㆍ설사(36%)도 흔히 나타났다. 이러한 특정 증세에 따라 사망 위험도 크게 달라졌다. 구토가 있었던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사망 위험이 3.6배 컸다. 또한 의식저하ㆍ경련 등 신경학적 증세가 있으면 사망 위험이 6.9배로 뛰었다.

지난 4월 대전 만년교 인근 하천에서 보건소 직원들이 진드기 방역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4월 대전 만년교 인근 하천에서 보건소 직원들이 진드기 방역을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환자나 의료진이 진드기에 물린 자국을 명확히 확인하기 쉽지 않다. 의료진이 진드기에 물린 흔적을 확인하는 비율은 30% 정도로 높지 않았다. 다른 상처와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특징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진드기에 물린 뒤 가피(딱지)가 나타나는 쓰쓰가무시증과 차이 나는 부분이다. 질본 연구팀은 “의료인들의 SFTS 인식이 높아지고 조기 진단ㆍ치료가 이뤄지면 환자의 치명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SFTS에 걸리지 않으려면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게 최선이다. 밭일 등 농사일을 할 때는 적절한 작업복을 입고 장화를 신는 게 좋다. 귀가 후에는 목욕을 반드시 하고 몸이나 옷에 진드기가 붙어있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기피제를 사용하는 것도 진드기 예방법으로 좋다. 야외활동 1~2주 뒤에 고열ㆍ설사 등이 나타나는 사람은 의료기관을 찾는 게 좋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질본이 발행하는 ‘주간 건강과 질병’ 최신호에 실렸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SFTS 예방수칙(질병관리본부 제공)

SFTS 예방수칙(질병관리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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