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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인데 감기약 준 軍···입대 7개월만에 숨진 청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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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도중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고 홍정기 일병. [사진 SBS 캡처]

군 복무 도중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고 홍정기 일병. [사진 SBS 캡처]

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숨진 21살 청년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군 복무 도중 뇌출혈과 백혈병 증세를 보이던 이 청년은 군 병원에서 두통약과 감기약 등만을 처방받았다고 한다.

지난달 31일 SBS에 따르면 고(故) 홍정기(사망 당시 21) 일병은 입대 7개월여만인 2016년 3월 뇌출혈로 숨졌다. 그는 사망 11일 전인 2016년 3월 13일 급성 백혈병으로 인한 뇌출혈로 인한 두통 등의 증상을 보였으나 당시 군의관은 두드러기약만 줘서 돌려보냈다. 그사이 점점 온몸에 멍이 드는 증세와 두통 등 병세는 악화됐다. 홍 일병은 고통 끝에 군 병원을 다시 찾았고, 감기약을 처방받았다.

아픔을 견디다 못한 홍 일병은 부대 밖 병원 진료를 호소해 인솔 상관과 개인 의원을 찾았다. 이 의원에서는 홍 일병을 보자마자 혈액암(백혈병) 위험이 있다는 소견을 내며 즉각 큰 병원에서 혈액 검사를 하라고 권했다. 그러나 인솔 상관은 다음 날 군 병원에 예약이 돼 있다며 부대로 데리고 갔다. 이날 홍 일병은 밤새 구토와 헛구역질로 고통을 겪다 쓰러졌다. 오전 9시가 돼서야 규모가 큰 군 병원을 찾았으나 결국 세상을 떠났다. 손을 쓰기엔 너무 늦었기 때문이다.

유성호 서울대학교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빨리 큰 병원에 갔으면 홍 일병은 지금쯤 항암 치료를 받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군의관 2명은 각각 감봉 1개월과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고 부대 지휘관 징계는 없었다. 홍 일병은 군 복무 중 ‘자신에게 군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민국 같은 좋은 나라에서 태어난 운을 보답하는 곳’이라고 썼다. 이에 대해 홍 일병 어머니는 “(아들은)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운을 보답하겠다고 했는데 국가에서는 보답을 이런 식으로 해줬다”며 눈물을 흘렸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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