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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명 '정전 공포' 빠른 복구 그나마 다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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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태풍 '매미'로 인해 정전사고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1백43만가구에 전기가 끊겼다. 이로 인해 남부지방의 5백만여명 주민이 12일 거센 비바람과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공포의 밤을 보냈다. 대부분 가구의 전기공급은 13일 재개됐으나 경남지역 6만가구의 시설복구는 16일에나 가능한 상황이다.

이번 정전으로 남부지역 산업공단에 가동을 중단한 공장이 속출하는 등 13일 오후까지 정전 피해액은 최소 수백억원대로 추산되고 있으며, 피해 규모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고리 1~4호기, 월성 2호기 등 일부 원자력발전소도 가동을 멈춰 전기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태풍 피해 하루 만에 우회 노선을 통해 대부분의 지역에 전기공급을 재개해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 사상 최대 정전사태=한국전력공사는 ▶경남 51만7천5백여가구▶부산 33만여가구▶대구 18만9천여가구 등 영남지역에 정전사고가 집중됐고 제주에서 13만6천여가구, 전남지역 12만5천여가구의 전기 공급이 한때 끊겼다고 이날 밝혔다. 대규모 정전사태는 초속 40~60m대의 순간적인 강풍으로 인해 발생했다. 도시지역에서는 강풍으로 가로수가 쓰러지면서 전주를 덥쳐 전주가 넘어지거나 전선이 끊겼다. 상가나 건물에서 떨어진 간판이 전선을 끊어 피해가 커지기도 했다.

산자부 집계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훼손된 배전시설은 ▶전주 3천3백59개▶변압기 3백18대▶끊긴 전선 1천2백47건에 달한다. 경남 마산.창원.진해.거제에서는 강풍으로 10개의 송전 철탑이 부러지거나 손상됐다.

비도시 지역에서는 하천이 범람하고 도로가 무너지면서 전주가 쓸려가 전기 공급이 중단된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한전은 즉각 복구에 들어가 이날 오전까지 1백7만가구(76.4%)에 전기 공급을 재개한데 이어 도로가 유실되거나 침수된 강원 영동.경북 영양 등과 피해가 컸던 마산.창원.거제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밤 늦게까지 복구를 완료했다.

◇ 일부 원자력발전소도 가동 중단=태풍 매미로 인해 원자력발전소 중 고리 1~4호기, 월성 2호기의 가동이 중단됐다. 고리 1~4호기의 경우 전기를 보내는 송전선로 이상으로 발전이 중단됐고, 월성 2호기는 전압을 올려 송전선로로 보내는 장치인 변압기가 고장나 가동을 멈췄다.

원자력발전소를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원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송전시설이나 변압기가 고장났기 때문"이라며 "정전이 되는 순간 보호계전기 등이 작동, 자동으로 전원을 차단해 안전에는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월성 2호기는 변압기 수리가 끝나면 15일부터 정상 가동될 것으로 보이며, 고리 1~4호기는 송전선로에 대한 점검과 수리가 필요해 다음주 초.중반 이후부터 재가동될 예정이다.

산자부는 고리 1~4호기와 월성 2호기를 뺀 전력공급 능력이 4천7백만㎾ 수준이기 때문에 연휴 이후 예상되는 전력 수요인 4천만㎾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종윤 기자 <yoonn@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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