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한 번의 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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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결승 1국> ●탕웨이싱 9단 ○구쯔하오 9단  

14보(208~231)=결과적으로 이번 패싸움에서도 승리를 거둔 쪽은 구쯔하오 9단이다. 백이 220으로 패를 따내며 치열했던 좌상귀 패싸움은 일단락. 그런데 분명 패를 이긴 건 백이지만, 패싸움으로 야금야금 실리를 벌어들인 쪽은 흑이다. 패싸움이 진행되면서 중앙은 어느새 흑집으로 변해버렸다. 221, 223으로 집 차이는 한 걸음 더 좁혀졌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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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도 승부가 뒤집힌 건 아니었다. 이변 없이 바둑이 마무리된다면, 달콤한 승리는 구쯔하오 9단의 품 안에 안길 예정이었다. 그런데 초읽기에 몰린 탓일까, 승리의 기쁨이 눈 앞을 가린 걸까. 아, 구쯔하오 9단의 228이 패착이었다. 대신 '참고도1'처럼 백1, 3으로 흑 한 점을 잡아뒀다면 백이 최소한 반집 정도는 이길 수 있었다.

참고도1

참고도1

아마도 초읽기에 몰린 구쯔하오 9단은 '참고도2' 백6까지 수읽기를 마치고 서둘러 228(참고도2의 백1)을 뒀던 듯하다. 이미 돌을 놓은 뒤에, 뒤늦게 흑12로 먹여치는 수를 확인했고, 수읽기가 짧았다는 것을 후회하며 330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참고도2

참고도2

차이가 좁혀질 대로 좁혀진 바둑에서 한 번의 실수는 치명상이었다. 결국 시종일관 우세했던 구쯔하오 9단의 바둑은 패배로 끝이 났다. 탕웨이싱 9단의 주특기인 막판 흔들기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 장면이었다. 231수 다음 줄임, 흑 불계승. (211…▲, 214…208)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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