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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해씨 누구인가] 30여년간 농민운동, UR때도 할복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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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멕시코 칸쿤에서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상 반대 시위 도중 자살한 이경해(李京海.56) 전 전북도의회 의원은 농민운동에 일생을 바쳐왔다.

전북 장수에서 태어난 그는 전주농고와 서울농업대(현 서울시립대)를 졸업한 뒤 1974년 낙향, 농사를 지으며 농민운동을 벌였다. 5만여평의 야산을 개간해 농장을 조성, 고랭지 채소와 젖소를 길렀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농산물 개방의 파고와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이 농장을 경매에 넘기는 등 생활고에 시달려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80년대 초 농어민 후계자로 지정됐고, 86년 현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한농) 전신인 농어민후계자회 설립을 주도하고 초대 회장도 역임했다. 또 농민운동 경력 등을 기반으로 91년 전북도의회에 진출, 세차례나 연임하면서 농민들의 권익 보호에 힘써왔다.

李씨는 90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이 열리던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 농업시장 개방에 반대한다며 할복을 시도해 널리 알려졌었다. 2000년엔 서울에서 농가부채 탕감을 요구하는 농민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되자 장기간 단식농성을 하는 등 30년 동안 농민 집회 및 시위 때마다 최일선에서 활동가로 일해왔다.

그는 지난해 6.13 장수군수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서울 동생집에 머물러 왔으며, 멕시코 칸쿤에는 개인 자격으로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은 10년 전 교통사고로 숨졌고, 유가족으로는 세딸이 있다.

한편 李씨의 분향소에는 13일 하루종일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고건 국무총리와 농민단체 대표 등은 李씨의 고향인 전북 장수군 한농 장수지부가 군민회관에 마련한 분향소에 조화를 보내 고인의 넋을 기렸다.

빈소는 李씨의 둘째 딸 고운(27.회사원)씨와 여동생 등 가족과 농민단체 회원 등이 지켰다.

장수=서형식.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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