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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 '번호판 001' 추격전…美 협상팀 주차장 막고 철통보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과 정상회담 실무 협상을 위해 서울에 머무는 성 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 등 미 협상팀은 29일 철통 보안 속에서도 바쁘게 움직였다. 협상단의 숙소로 노출된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은 전날부터 취재진이 몰려 북적댔다. 김 대사 등이 차량으로 오가는 모습이 기자들에게 몇 차례 포착됐다.

김 대사의 모습이 포착되면서 협상팀이 이날은 북측과 만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27일 북한과의 첫 협상 장소였던 판문점으로의 이동 시간 등을 고려한 추정이었다. 대신 마크 내퍼 주한 미 대사 대리가 호텔을 찾는 등 북한과 협상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간대별로 미 협상팀의 움직임을 정리했다.

6.12 북미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위해 한국에 머물고 있는 미국측 대표단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2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 도착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6.12 북미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위해 한국에 머물고 있는 미국측 대표단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2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 도착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오전 9시 54분, 분주했던 001 외교 차량

김 대사는 주한미국대사관 외교 차량 번호판(001)을 단 세단을 타고 호텔을 출발했다. 옆 좌석에는 협상팀의 일원인 랜달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타고 있었다. 김 대사는 정장이 아니라 캐주얼한 느낌의 하늘색 셔츠 차림이었다.

김 대사가 탄 차량이 출발하기 10여 분 전에는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이 탄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외교 차량이 호텔을 빠져나갔다. 이 차량도 001로 시작하는 번호판을 달고 있었다. 협상팀은 지난 27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최선희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 등 북한 협상팀과 만났다. 미 협상팀은 모처에서 회의한 뒤 29일 새벽 1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 호텔로 돌아왔다.

정오, 보안 속의 점심

29일 정오께 미 대사관 차량인 '001-XXX' 번호를 단 차량이 호텔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성 김 대사가 타고 있었다. 윤성민 기자

29일 정오께 미 대사관 차량인 '001-XXX' 번호를 단 차량이 호텔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성 김 대사가 타고 있었다. 윤성민 기자

오전에 호텔을 나섰던 차량은 점심시간이 되자 호텔로 다시 돌아왔다. 후커 보좌관이 타고 나갔던 SUV 차량은 오전 11시 56분 호텔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오후 12시 5분엔 김 대사와 슈라이버 차관보가 타고 나갔던 차량이 포착됐다. 15분쯤 뒤에는 ‘외교 001-001’ 번호판으로 내퍼 대사 대리가 이용하는 리무진 차량이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세 차량 모두 호텔 지하 6층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호텔 보안 직원들은 지하 6층 엘리베이터에서 주차장으로 가는 길목을 막고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김 대사와 내퍼 대사 대리 등은 호텔 11층 중식당에서 식사했다. 이 식당은 식당 가이드인 ‘기드 미슐랭’이 별 한 개를 준 곳이다. 김 대사 일행은 홀이 아닌 방에서 식사했다. 홀에는 경호원으로 보이는 남성 2명이 앉아 있었다. 이들 외에도 1~2명의 남성이 방으로 드나들며 보안에 상당히 신경 쓰는듯한 모습이었다. 미 고위층 인사가 방한하면 미 대사관에서 식사 접대를 하는 것이 관례라고 볼 수도 있지만 내퍼 대사 대리를 통해 한·미 정부 간 의견이 교환됐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6·12 북미정상회담 의제조율을 위한 실무회담 미국 측 대표단이 머무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앞에서 29일 취재진이 대표단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6·12 북미정상회담 의제조율을 위한 실무회담 미국 측 대표단이 머무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앞에서 29일 취재진이 대표단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오후 1시 30분, 주차장 차단해 취재진 막아 

김 대사 일행이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떠난 모습은 노출되지 않았다. 다만 홀에 있던 경호원이 나간 시점 등을 고려하면 오후 1시 30분~2시 사이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지하 6층 엘리베이터 앞에는 일반 번호판을 단 차량, 내퍼 대사 대리의 리무진, 김 대사가 탔었던 세단 등 세 대의 차량이 순서대로 줄지어 시동을 걸고 대기하고 있었다. 호텔 측은 모든 엘리베이터에서 지하 6층으로 가는 버튼도 눌리지 않게 조치해 취재진의 접근을 막았다. 지하 5층에서 지하 6층으로 차량이 내려가는 길목도 막았다.

오후 2시 19분, 다시 움직인 001 차량 

‘외교 001-001’ 번호판을 단 리무진 차량이 호텔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차량에는 운전기사와 내퍼 대사 대리만 타고 있었다. 20여분 뒤인 오후 2시 39분쯤 김 대사가 탄 세단 차량이 떠났다. 이 차량에도 운전기사와 김 대사만 타고 있었다. 슈라이버 차관보와 후커 보좌관은 호텔을 떠났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오후 5시 13분, 호텔 내부 회의

김 대사가 탄 세단 차량이 호텔로 다시 돌아왔다. 오전에 후커 보좌관이 타고 나갔던 SUV 차량은 점심에 호텔에 들어와 있다가 오후 6시 7분 운전기사만 탄 채로 호텔을 빠져나갔다. 이들은 호텔에 머물면서 내부 회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사가 타고 들어왔던 차량은 오후 8시 44분 다시 호텔을 빠져나갔다. 탑승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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