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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고궁·관광지 국제공중전화 적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외국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 등에 국제통신시설이 전무, 「통신올림픽」이란 한국전기통신공사의 슬로건이 무색할 정도다.
올림픽경기장주변·선수촌·서울시내 고급호텔 등에는 올림픽사상 처음으로 휴대용 전화·주파수공용무선서비스·비디오텍스·고속팩스 등과 전화사서함·컬러사진전송기·창구통화장치·카드사용국제공중전화기·램프부착자동전화기 등 다양한 최첨단 전자통신서비스시설을 거의 완벽하게 갖춰 「전자올림픽」「통신올림픽」에 손색이 없다.
그러나 정작 올림픽기간 중 외국관광객들이 많이 몰릴 고궁과 유적지·유명관광지, 그리고 올림픽지정 전통음식점·쇼핑가·일부 호텔 등에는 그 흔한 카드사용공중전화기마저 없어 국제통신의 사각지대를 이루고 있다.
또 서울시내 일부 중급호텔과 쇼핑가 등에는 국제통화가 가능한 카드사용공중전화기가 한 두 대씩 설치돼 있기는 하지만 호텔과 쇼핑가 주변서 카드를 팔지 않아 카드를 구입할 방법이 없고 카드를 갖고있다 하더라도 공중전화박스 내에 국가번호 등 영문안내표기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외국인들에겐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5일 오전11시50분쯤 서울 와룡동 비원.
올림픽기간 중 관광객 유치를 위해 사전답사를 왔다는 「데리· 버즈」씨(62·여·여행사대표·캐나다 헬리펙스시 거주)는 창덕궁과 비원을 관람하다말고 고국에 긴급연락을 하기 위해 한참동안 뙤약볕 속을 뛰어다니며 공중전화를 찾았으나 허탕, 안내인으로부터 경내 주변엔 국내·외공중전화시설이 없다는 말을 듣고 택시를 타고 호텔로 되돌아가야 했다.
『몬트리올 올림픽 때 경험해보니 올림픽투어들을 위한 통신서비스가 매우 중요합니다. 황금 같은 관광시간에 전화 한 통화하기 위해 다시 숙소로 가야하는 불편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버즈」씨는 또『서울은 이미 국제도시니 올림픽이 아니더라도 외국관광객을 위해 주요고궁·유적지·쇼핑가 등에는 국제용 공중전화기 1대쯤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일본인「도시카주 아사노」씨(36·회사원·동경거주)도 서울시내 관광도중 국제전화 때문에 관광스케줄까지 바꾼 케이스. 「도시카주」씨는 서울에 도착 즉시 숙소호텔에서 공중전화용 카드4개(1만원짜리)를 사 갖고 다녔지만 6일 낮12시50분쯤 서울 논현동92 올림픽지정 음식점 늘봄공원에서 일행들과 함께 점심을 먹다 동경가족들에게 급히 연락할 일이 있어 공중전화를 찾다 없어 불가피 점심을 먹다말고 호텔로 들어갔다.
이 때문에「도시카주」씨는 이날 오후 일행들과 떨어져 오후 관광을 놓치고 혼자 호텔에서 독수공방 신세가 됐다는 것.
이 식당종업원 한명숙씨(22)는『매일 평균 6∼7명의 외국손님들이 식사도중 업소 내에 국제공중전화가 있느냐고 묻고 없다고 하면 몹시 당황하는 표정을 짓는다』고 말했다.
6일 오후3시10분쯤 서울 이태원 쇼핑가 공중전화박스 앞.
휴가를 맞아 서울에 온「제임스·엔젤런」씨(32·엔지니어·미국매사추세츠주 거주)는 35도를 넘는 찜통더위 속에서 땀을 흘리며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관광안내 책자를 보고 쇼핑을 나와 장남「제임스·엔젤런 3세」(7)가 고국의 할아버지(61)에게 전화해달라고 보채 국제 공중전화를 찾았으나 카드가 없었던 것이다.
「엔젤런」씨는 공중전화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카드 파는 곳이 없어 쇼핑하다 말고 숙소로 돌아갔다.
이태원 쇼핑가에는 국제공중전화기 2대가 설치돼 있으나 모두▲외국처럼 콜렉트콜(수신자부담)이 안 되는 데다가▲박스내의 자동전화 국내지역번호표 등이 한글로 표기돼 있으며▲주위에 카드 파는 점포가 한곳도 없어 찾는 외국인들은 많으나 대부분 사용하지 못해 되돌아가고 있다.
이태원 쇼핑가에 있는 서울올림픽안내소 자원봉사자 김성자씨(63·여)는 『국제통화가 가능한 공중전화기가 어디에 있느냐, 공중전화카드를 어디서 구입하느냐는 등을 묻는 외국인이 하루평균 2O여명에 이른다』며 『사용안내·카드구입 방법 등도 안내하지 않고 세워둔 이태원의 국제공중전화기 2대는 허수아비와 같다』고 말했다. 「세계로 향한 서울」은 아직도 국제감각이 덜 깨어있는 것이 아닐까. <김국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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