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10~15년 운영 가능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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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대기업이 면세점 특허를 최대 10년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현재 대기업은 면세점 특허를 5년간 보유할 수 있다. 이런 ‘시한부 특허’가 장기 투자 위축과 고용 불안을 초래한다는 지적에 따른 개선안이다. 그러나 특허 기간만 늘린 미봉책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대기업 5년간 1회, 중기는 2회 더 #제도개선TF, 정부에 특허연장 권고 #업계, 사업·고용 불안 여전해 불만 #TF “경쟁력 갖추면 재선정 가능”

면세점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는 2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면세점 제도 개선 권고안’을 확정·발표했다. 지난해 7월 감사원은 2015년 서울 시내 면세점 선정 과정에서 여러 특혜와 비리가 발생했다는 점을 밝혀내고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이에 정부는 위원장인 유창조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를 포함한 9명의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TF를 꾸렸다.

TF는 정부 허가를 받아야 면세점 사업을 할 수 있는 현행 특허제의 골격을 유지하되, 세부 내용을 보완한 ‘특허제 수정안’ 도입을 정부에 권고했다. 허가가 아닌 등록 방식의 도입도 검토됐지만 과당 경쟁 등의 우려가 나와 기존 특허제를 개선하는 수준에서 결론이 났다.

권고안은 현행 5년인 특허 기간을 갱신(대기업 1회, 중소·중견기업 2회)을 통해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특허심사위원회는 기존 사업계획에 대한 평가 보고서, 신규 5년에 대한 사업계획서 등을 토대로 갱신 여부를 심사한다.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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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안이 현실화하면 대기업의 경우 ‘5+5’ 형태로 10년간, 중소기업은 15년간 면세점 운영을 할 수 있다. 현재는 중소·중견기업만 1회 연장할 수 있다. 2013년부터 시행된 일명 ‘홍종학법’(면세점 특허를 5년마다 원점에서 재검토해 사업자 선정)이후 대기업은 특허 기간 5년이 끝나면 다시 입찰을 통해 다른 사업자와 경쟁을 거쳐야 면세점을 계속 운영할 수 있었다.

권고안에 대해 면세점 업계에서는 “특허 기간이 연장된 건 긍정적이지만 근본적인 개선책은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허 기간만 늘리는 형태로 사업의 불확실성 및 고용 불안 우려를 해소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갱신 허용으로 부담이 다소 줄어들었을 뿐,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홈쇼핑의 경우 결격 사유가 없으면 사업권이 계속 연장된다”라며 “이들 산업과 비교했을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창조 위원장은 “5년마다 면세점이 교체되면 상당한 비효율이 야기되는 것 맞다”라며 “하지만 10년 이상으로 특허 갱신을 허용하면 사업자 선정에 대한 특혜 시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는 “능력 있는 사업자라면 10년 후에 재입찰을 통해 다시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다”라며 “10년간 사업을 해도 경쟁력을 가지지 못한 사업자에 사업 권한을 주는 건 또 다른 특혜”라고 설명했다.

TF는 신규 면세점 특허 발급에 대한 요건도 보다 구체화했다. 정부가 자의적으로 발급 수를 조정할 수 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광역지방자치단체별로 ‘외래 관광객 수 전년 대비 30만 명 이상 증가’와 ‘시내 면세점의 3년 평균 매출액 연평균 10% 이상 증가’라는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신규 특허를 발급할 수 있도록 했다.

면세점 사업자가 정부에 내는 특허수수료는 현행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TF는 기존 특허심사위원회 이외에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면세점제도운영위원회(가칭)를 신설해 신규 특허 발급 수 및 특허수수료 조정 등을 논의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정부는 권고안을 토대로 관세법 개정안(내년 1월 시행 목표)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권고안에 대한 정부 입장’자료를 통해 “TF가 마련한 권고안을 존중하며 관계부처 간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하남현 기자, 김영주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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