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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예정대로 북·미회담” “김정은, 장난치면 리비아 운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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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것에도 겁을 먹고 입장을 바꿀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하기로) 이미 정했고 지금 준비도 계속 진행 중이다.”

기대·우려 교차 워싱턴 두 개의 기류 #므누신 “회담 입장 안 바꿀 것” #백악관, 북·미회담 기념주화 공개 #펜스, 합의 불발 시 군사옵션 경고 #“김정은 비핵화 의지 부풀려 전했나” #일부선 문 대통령에 우려 표명도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 참가를 재고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3주밖에 남지 않은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과 만날 계획엔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해 회담이 성공하느냐는 별개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보장받기를 바란다는 것이 CNN 방송 등 미국 언론들의 평가다. 최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선(先) 핵 포기, 후 보상’ 방식은 물론 미국의 비핵화 목표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에 대해서도 거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백악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얼굴을 새긴 북·미 정상회담 기념주화를 21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앞면에는 영어·한글로 ‘평화회담’을 새기고 김정은을 최고지도자(Supreme Leader)라고 표기했다. 뒷면에는 백악관과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담았다. [AFP=연합뉴스]

백악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얼굴을 새긴 북·미 정상회담 기념주화를 21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앞면에는 영어·한글로 ‘평화회담’을 새기고 김정은을 최고지도자(Supreme Leader)라고 표기했다. 뒷면에는 백악관과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담았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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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은 익명의 관리를 인용해 “백악관의 보좌진은 남북 간의 소통과 달리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반대하는 강경노선을 취하고 있는지 판단하는 데 문 대통령이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부 관리는 김 위원장이 핵 폐기를 성실하게 협상할 의사를 갖고 있다고 문 대통령이 과장했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NN 방송도 지난 3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백악관에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가 있고 한·미 연합훈련을 계속하는 걸 양해한다”고 밝힌 것과 달리 북한의 태도가 바뀐 데 대해 “미 관리들 사이에 문 대통령이 부풀려 말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관 출신인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과의 회담이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느끼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한·미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지난주 북한의 성명은 김 위원장의 단순한 체면치레용일 뿐이고 비핵화 의지가 후퇴한 건 아니다’고 설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정부가 회담 성공을 열망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장면도 확인됐다. 이날 백악관은 한글로 “평화회담”이라고 새겨진 북·미 정상회담 기념주화를 공개했다. 평화회담이란 명칭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에서 비핵화 합의가 이뤄지면 노벨 평화상을 받을 것이란 칭찬에 “내가 원하는 상은 한반도와 세계 평화”라고 한 뒤 붙인 말이다.

주화에는 또 북한의 공식명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을 영문으로 새겼을 뿐 아니라 김 위원장 이름 앞에 ‘최고지도자(Supreme Leader)’라고도 적었다. 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김 위원장을 공식 인정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국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B-52 한·미 연합훈련 참가 취소를 포함해 트럼프 행정부가 싱가포르 회담을 정상궤도로 되돌려 놓기 위해 노력하는 걸 보면 진정한 거래의 예술가는 트럼프가 아니라 김정은”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북한과 김정은에 대한 압박도 계속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에 나와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장난을 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만약 김정은이 (비핵화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이 분명히 했듯이 리비아 모델처럼 결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말한 대로 비핵화를 회피하려 한다면 ‘완전한 초토화’라는 군사옵션이 기다린다는 경고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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