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국선 거지도 알리페이로 구걸 …사후 규제 강화하되 정보 유출하면 회사 망할 정도로 처벌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김대윤

김대윤

“내 데이터인데 마음대로 못한다. 데이터 주권이 개인에게 없는 셈이다. 이런 아이러니가 현행 빅데이터 관련 규제의 문제다.”

김대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 #금융회사가 고객 신용정보 독점 #내 데이터를 맘대로 못하는 상황 #사후 규제 강화로 정책 바꿔야

김대윤(사진)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의 인식이다. 그는 P2P(개인 간 거래)대출 업체인 피플펀드의 대표다. 김 협회장은 “빅데이터가 활성화하면 핀테크 업체가 수혜를 볼 것”이라며 “핀테크 활성화는 국내 정체된 금융산업의 발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를 만나 빅데이터와 관련한 핀테크 업체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빅데이터 관련 규제 때문에 해외에선 가능한데 국내에서는 안 되는 서비스가 있나.
“개인자산관리(Personal Financial Management, PFM)와 신용정보를 활용한 사업이 대표적이다. 하루에도 수십 건의 대출 광고 문자를 받지 않나. 스팸이라고 무시한다. 그래도 금융회사 입장에선 1년에 수백억원 쓰면서 이런 일을 한다. 빅데이터 분석이 안 되니 무차별로 보내는 거다. 

‘민트’라는 미국 업체가 있다. 여기 로그인만 해도 대출 가능한 금리와 금액이 바로 나온다. 신용정보 등 금융 관련 데이터의 권리가 소비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금융회사만 이런 데이터를 취급한다. 내 데이터인데 내가 마음대로 못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관련기사

- 내 데이터인데 내가 마음대로 못 한다고.

“예를 들어, P2P 대출업체에서 대출받고 싶다면 신용점수와 등급을 알아야 한다. 개인이 신용정보 조회를 한다. 그 결과를 개인이 P2P 대출업체에 바로 보낼 수 없다. 신용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주체는 금융회사이기 때문이다. 개인은 금융회사에 P2P 대출업체에 내 신용정보를 보내 달라’는 식의 ‘신용인증송부’를 요청해야 한다.”
왜 이런 역설적인 일이 벌어졌나.
“개인정보와 관련된 법의 이름을 보자.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신용정보보호법 등 ‘정보보호’란 문구가 빠지지 않는다. 개인정보는 무조건 ‘보호’에만 초점을 둔다. 공인인증서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은행 사이트 들어가 보면, 깔라는 게 너무 많다. 한국 말고 공인인증서를 쓰는 나라 있나. 

정부나 금융회사는 공인인증서가 안전하다고 하지만, 토스(소액송금 전문업체)를 봐라. 그간 10조원 넘게 송금했는데 한 건의 보안사고도 없었다. 비밀번호만 알면 모든 게 가능하다. 공인인증서 시스템은 고객이 인증한 이후 벌어지는 모든 사고와 관련한 책임을 고객에게 전가한다.”

최근 페이스북 사태로 사람들이 정보 유출에 민감해졌다. 빅데이터의 활성화가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충분히 공감한다. 정보 활용성은 높이되, 정보유출의 단점을 막을 수 있도록 사후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정책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 개인정보가 유출되면 회사가 망할 정도로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 과거 해킹으로 수백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됐는데도 책임자 몇 사람만 물러났다.”
일부에서는 규제를 완화했을 때 발생할 사고를 우려한다.
“항상 그런 관점이다. 사고 나면 어떻게 하느냐고. 보신주의 때문에 산업 발전의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 중국에서는 알리바바의 구매 데이터와 알리페이(알리바바의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의 결제 시스템)의 결제 패턴 등 신용정보를 모아 정확한 신용등급을 산출한다. 

중국서는 거지도 알리페이로 구걸한다고 하지 않나. 지난해 7월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을 ‘빅데이터 알고리즘 왕국’으로 비유했다. 빅데이터뿐만 아니라 핀테크 전반에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미적대는 사이 중국 업체가 우리 핀테크 시장을 차지할지 모른다. 아이폰 상륙을 인위적으로 막다가 한 때 모바일 산업 발전이 뒤처지지 않았나.”

관련기사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