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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판매 계약과 다른 물건 배달 일쑤|소비자보호원 고발창구의 피해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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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집이나 사무실을 찾아 소비자와 1대 1로 접촉, 판매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방문판매가 날로 성행하고 있다.
도서·카셋 테이프 등 출판물 뿐 아니라 레코드 집·주방용기·의류 그리고 최근에는 각종 수입상품까지 방문판매대상이 되어 소비자는 그야말로「앉아서」사고 배달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현 품을 보지 않고 사는 만큼 계약과 다른 물건이 배달되거나 계약조건이 이행되지 않기 일쑤고 해약하려면 일방적으로 30%의 위약금을 요구, 소비자가 예기치 않게 피해를 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는 이 같은 방문판매피해가 전체 서비스관련 고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속속 늘고 있다.
소비자고발담당자들은 방문판매의 경우 제조회사와 판매회사, 수금회사가 제 각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소재를 따지기가 힘들고 판매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는 외판원들이 주로 집에 혼자 있는 주부들을 상대로 허위선전 등으로 강매하는 사례가 많다며 방문판매거래를 규제할 수 있는 표준약관 등의 근본적인 피해예방대책을 제언하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의 피해구제사례 중 주요한 것들을 정리해 본다.

<허위선전>
▲회사원 이순재씨(서울 잠원동)는 서독 인터코드사 제작의 수입원판이라며 정가보다 싸게 주겠다는 외판원의 말을 듣고 원판 60장을 27만원에 10개월 할부로 구입키로 하고 계약금 2만7천 원을 지불했다. 그러나 실제 배달된 것을 확인하니 국내서 제작된 라이선스 판이었다. 이에 해약을 요구했더니 독일인들이 동판을 가져다 국내서 직접 제작한 것이라 원판과 다름없다며 해약을 거절했다=외판원이 소속된「육영 사」라는 판매전문회사에는 그후 연락이 되지 않아 라이선스 판 제조회사인 서라벌레코드사 측에 허위광고판매 사실을 설명한 결과 해약 처리됐다.

<계약불이행>
▲서울 하월곡동의 안흥석씨는 지난 2월 서진출판사 영업사원에게 한국전기전집 12권과 명작전집 10권, 위인전기 30권 등을 모두 10만원에 구입키로 하고 계약했는데 집에 배달된 것은 한국전기 10권과 명작전집 8권뿐이었다. 수금사원에게 이를 항의, 반품키로 했으나 한동안 연락이 없던 중 지난 5월 대금을 청구하는 독촉장이 날아왔다=사실조사결과 영업사원이 캐털로그의 변경사항을 모르고 판매한 게 확인되어 그대로 회사측에 반품 조치됐다.

<부당한 위약금 요구>
▲주부 한영숙 씨(서울 역삼동)는 지난 6월29일 길가 봉고 차에서 선전 판매하는 아동도서가 맘에 들어 구입키로 서명했으나 배달된 책들을 보니 지질도 나쁘고 내용도 설명과 달랐다.
반품하려 해도 계약서를 받지 못한 데다 연락처도 몰라 답답해하던 중 7월5일 판매회사로부터 대금납부지로용지가 와서 연락하니 구입 후 5일 이내인 해약기한을 경과했다며 반품하려면 대금 (15만원)의 30%를 위약금으로 내야 한다고 했다=확인결과 판매 사 측이 고의적으로 계약서 1만장을 작성, 보관했음이 판명되어 도소매진흥법이 정한 방문판매자의 계약서교부의무를 위반한 사실과 이 경우 소비자 측에 해약기한경과 과실을 물을 수 없는 점을 주지, 위약금 없이 반품 처리됐다.

<계약과 다른 물건배달>
▲회사원 김익수씨(서울 화곡동)는 사무실에 온 서울동아실업 외판원으로부터 일제 산요 오디오제품을 신용카드로 샀다. 캐털로그를 보고 제품을 골랐는데 실제 배달된 것은 캐털로그에서 지정한 제품과 다른 모델이었다=신용카드 전표 상에 나타난 결제금액이 증거가 되어 배달된 제품을 돌려보내고 당초 선택했던 모델로 교환 받을 수 있었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은 현품 거래가 아닌 바에는 우선 판매자의 신원을 확인해 두고 실제 배달된 제품을 계약내용상의 제품과 비교할 수 있는 증거를 남겨 둬야 한다는 점이다.

<기만판매>
▲주부 장 현씨(서울 신월4동)는 지난 2월 안면 있는 삼호문화사 외판원이 전집 류 구매를 권유, 거절했으나 잠시만 보관해 줄 것을 부탁하여 수락하고 보관증에 날인해 줬다. 그런데 며칠 후 대금청구지로용지가 우송되어 삼호문화사에 이를 항의했더니 계약이 체결돼 있다며 해약하려면 서적대금의 30%를 위약금으로 내야 한다고 했다=확인결과 구입계약서 상에 소비자의 서명날인이 되어 있어 형식상으로는 계약이 성립된 상태였다.
문제는 이것이 소비자를 속여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인데 입증할 길이 없었다.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면 얼마든지 반품이 가능하지만 일단 드러난 계약서가 있는 이상 소비자 역시 책임지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내용도 확인하지 않고 날인한 소비자의 과실을 어느 정도 인정하여 서적대금(25만원)의 10%인 2만5천 원으로 위약금을 낮춰 지불하는 선에서 해약 처리됐다.

<미성년자상대 계약>
▲국민학교 6학년생인 김명수 군(서울 봉천5동)은 학교 앞에서 외판원이 추리문학전집을 사면 프로야구 사인볼과 TV에 연결해 게임을 할 수 있는 수신기를 준다는 선전을 듣고 계약서를 작성하고 갖고 있던 어머니도장을 찍어 줬다. 며칠 후 집으로 책이 배달됐으나 어머니는 사줄 수 없다고 하여 해약하려 했더니 판매회사측에서는 구입가격(10만원)의 30%를 위약금으로 요구했다=민법상 미성년자가 행한 법률행위는 그 친권자나 미성년자 자신이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따라서 비록 판매계약서에 어머니도장이 찍혔더라도 이는 나이 어린 국민학생이 한 행위고 영업사원도 이를 알고 있었으므로 위약금을 물지 않고 계약을 취소, 반품할 수 있었다.
소비자 고발담당자들은 이와 함께 반품을 했는데도 한참 후 대금청구통지서가 나와 소비자들이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배달물건을 되돌려 줄 때도 반드시 반품증명서를 받아 두도록 당부하고 있다. <박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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