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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최고 ‘가성비’ 노리는 ‘태극 의경’ 주세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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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왼쪽부터 김민우, 주세종, 홍철.

왼쪽부터 김민우, 주세종, 홍철.

360만원 대 255억원.

경찰로는 첫 월드컵 엔트리 노려 #연봉 독일 최고 크로스의 7천분의 1 #현역 군인인 홍철·김민우도 비슷

다음 달 27일 한국과 독일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에서 맞붙는다. 독일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28·레알 마드리드)의 연봉은 한국 미드필더 주세종(28·아산 무궁화)의 7000배다. 하지만 월드컵은 계급장을 떼듯 연봉을 접어놓고 ‘맞짱을 뜨는’ 무대다. 높은 연봉이 승리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주세종은 지난 14일 발표한 한국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예비엔트리 28명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현재 경찰대 부설 무궁화체육단에서 의무경찰로 복무 중이다. 충남 아산의 경찰대 숙소에서 다른 의경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으며 지낸다.

아산 무궁화 미드필더 주세종은 의경 최초로 월드컵 출전에 도전한다. [사진 아산 무궁화]

아산 무궁화 미드필더 주세종은 의경 최초로 월드컵 출전에 도전한다. [사진 아산 무궁화]

입대 전 FC서울에서 억대 연봉을 받았지만, 지난 1월 입대 후엔 일경 월급(약 30만원)을 받는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360만원이다. 한국에는 군인도 2명 있다. 상주 상무(국군체육부대) 소속인 왼쪽 수비수 홍철(28)과 김민우(28)다. 월급은 상병 홍철이 36만원, 일병 김민우가 32만원이다.

독일 미드필더 크로스. 그의 연봉은 255억원에 달한다. [사진 크로스 SNS]

독일 미드필더 크로스. 그의 연봉은 255억원에 달한다. [사진 크로스 SNS]

반면 독일 대표팀 예비엔트리 27명에 포함된 크로스의 연봉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약 중인 그는 독일 선수 중 최고 연봉인 2000만 유로, 우리 돈으로 약 255억원을 받는다. 일당으로 환산하면 7000만원이다. 주세종은 17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독일 크로스 연봉은 내가 의무경찰 신분이 아니더라도 받기 힘든 금액”이라며 “국가를 대표해 나가는 선수이자 경찰인 만큼 연봉 차는 중요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주세종 vs 크로스

주세종 vs 크로스

한국은 징병제 국가다 보니 그간 군인 신분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은 선수들이 꽤 있다. 다들 월봉 몇십만원이었지만 외국의 특급스타 못지않은 활약을 펼쳤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땐 상주 소속 이근호(33·강원)가 조별리그 1차전 러시아전에서 골을 터트렸다. 당시 육군 병장이던 이근호 월급은 14만9000원이었다. 브라질 월드컵에 참가한 736명 중 소속이 없던 선수를 빼곤 최저 연봉자였다. 당시 외신은 이근호의 연봉을 크게 조명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때는 상주 소속 미드필더 김정우(36)가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를 전담 마크했다. 당시 연봉은 김정우가 95만원, 메시가 142억원이었다. 1만5000배 차인 두 사람의 연봉도 화제가 됐다. 이 밖에도 1994 미국 월드컵의 서정원(수원 감독), 1998 프랑스 월드컵의 최용수(전 서울 감독), 2006 독일 월드컵의 정경호(상주 코치) 등도 현역 군인으로 월드컵에 출전했다.

상주 상무 왼쪽 수비수 김민우(왼쪽)와 홍철. [사진 상주 상무]

상주 상무 왼쪽 수비수 김민우(왼쪽)와 홍철. [사진 상주 상무]

물론 주세종·홍철·김민우는 최종엔트리 23명에 들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 주세종은 “지난해 12월 동아시안컵 출전을 위해 입대도 한 달을 미뤘다. 팀에서 가장 많이 뛴다는 자부심도 갖고 있다. (월드컵에 나간다면) 동료들이 더 빛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그간 월드컵 무대를 밟은 의경은 없었는데,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싶다. 군인인 홍철과 김민우도 함께 러시아에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철은 “조금만 더 노력하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월드컵 참가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후회 없이 멋지게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우는 "군인 신분으로 월드컵 무대에 나섰던 (이)근호 형의 마음을 이제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면서 "월드컵에 참가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 또한 좋은 경기로 강한 인상을 남기고 싶다"고 다짐했다.

송지훈·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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