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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쿨한 소재 찾아' 일본 원작에 손내미는 충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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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충무로는 일본 대중문화와 열애 중

현재 제작 중인 일본 원작 영화는 이준기.이문식 주연의 '플라이 대디', 문근영.김주혁 주연의 '사랑 따윈 필요없어' 등 10여 편이다. '냉정과 열정 사이'로 국내에 신드롬을 일으킨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반짝반짝 빛나는'을 비롯해 아사다 지로의 '프리즌 호텔', 인기만화 '미녀는 괴로워'도 제작에 들어갔다.

시나리오 작업 중인 것은 무라카미 류 원작.곽경택 감독의 '반도에서 나가라'(진인사 필름), MK픽쳐스의 '소년은 울지 않는다', 아이필름의 '블루 혹은 블루', 태원 엔터테인먼트의 '생존' 등 10여 편.

웬만한 영화사라면 한두 편의 원작을 확보했거나 판권 협상 중일 정도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일본 원작 영화가 '파이란''올드보이' 등 5편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증가세다. 한 해 한국 영화가 80편 정도 제작되는 것을 감안하면 4분의 1이 일본 원작이라는 얘기다.

경쟁도 치열하다. 'GO''레볼루션 NO.3'로 잘 알려진 재일동포 신세대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 '플라이 대디'는 5~6개 영화사, 가와구치 가이지의 만화 '생존'은 무려 17개 국내 영화사가 경쟁을 벌였다.

'살인의 추억'의 제작사 싸이더스F&H는 '어깨너머 연인' 등 4편의 일본 원작 영화를 제작 중이다. 일본 출판.영상콘텐트 그룹 가도카와 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제휴를 한 CJ엔터테인먼트는 '검은 집'(97년 일본 호러소설 대상작) 제작에 들어갔다. LJ필름은 아예 일본 소설가 그룹 '오오사와 오피스'와 손잡고 공동제작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야기'를 찾아라

이 같은 일본 원작 붐은 각각 일본 만화와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올드보이'와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성공이 직접적 계기다. 일본 소설의 코드인 '쿨한 개인주의'가 최근 국내에 젊은 매니어를 양산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변수다. 아사다 지로, 에쿠니 가오리, 가네시로 가즈키, 마쓰오 유미('사랑, 사라지고 있습니다'), 다이도 다마키('이렇게 쩨쩨한 로맨스') 등 젊은 스타 작가들은 줄줄이 러브콜을 받고 있다.

김동식 인하대 국문과 교수는 "일본 소설들이 후기 산업사회 삶의 내면적인 초상을 포착하는, 새로운 서사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한다. "(영화의 주된 소재가 되는) 한국 문학은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관객이 원하는 새로운 이야기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문제는 '이야기'라는 결론이다.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들은 이미 도쿄에 일본 소설, 만화의 판권을 전문적으로 사들이는 회사를 운영한 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분위기는 과열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인기작의 경우 부가판권 로열티를 요구하거나 패키지 판매 등 요구조건이 까다로워지고 있다. 판권료도 오르고 있다"고 말한다. 판권료는 아직 국내 판권료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증가세는 가파르다. 2003년 '싱글즈'(원작 소설 '29세의 크리스마스') 판권료는 1000만원이었으나 지금은 그 정도 베스트셀러면 최초 제시가가 5000만원대다. 일본에서 영화로 만들어진 '플라이 대디'의 국내 낙찰가는 무려 2억5000만원. 제작사가 영화 판권 계약을 하면서 일본 영화 수입까지 '세트 구매'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수출 모델로 삼아야

일본 원작을 사들여(5000만원) 영화로 만든 뒤 수출해 일본에서만 약 30억 엔의 흥행 수익을 올린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역수출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일본에서 검증된 원작으로 일본 시장을 노리는 식이다. 노비스 엔터테인먼트 노종윤 대표는 "일본 측이 일본 원작, 한국 감독, 배우, 제작사의 조합을 요구하며 투자 제의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어깨너머 연인'은 일본 투자사 아뮤즈 픽쳐스가 직접 제작하려다 'ing' 이언희 감독에게 연출을 제의했다. '반도에서 나가라'도 일본(아뮤즈 엔터테인먼트) 측에서 제작을 의뢰, 한.일 공동제작된다. '소년은 울지 않는다'역시 일본 측이 판권을 구매한 뒤 우리 측에 공동제작을 의뢰했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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