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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부의 '폭로전'으로 치닫는 강원랜드 수사외압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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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외압' 놓고 서로 다른 말 하는 검찰 

안미현 검사(오른쪽)가 15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 교육문화관에서 강원랜드 수사외압 사건 수사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안미현 검사(오른쪽)가 15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 교육문화관에서 강원랜드 수사외압 사건 수사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이 검찰 내부의 폭로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처음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한 안미현(39ㆍ사법연수원 41기) 의정부지검 검사는 문무일 검찰총장 역시 수사 방해 및 외압 행사에 관여했다고 2차 폭로에 나섰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 역시 문 총장이 수사단 의견과 다른 지시를 한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대검찰청과 문 총장은 “(수사단 해명에) 사실관계가 다른 것이 있다”면서도 정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와 관련한 수사는 당초 춘천지검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지난 2월 안 검사가 수사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는 내용을 폭로한 뒤 서울북부지검에 별도의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이 꾸려져 수사를 담당하고 있다.

安, "권성동 소환조사에 대해 문 총장 호되게 질책" 

강원랜드에 특정인을 채용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중앙포토]

강원랜드에 특정인을 채용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중앙포토]

안 검사는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문 총장이 지난해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을 소환하려는 춘천지검장을 호되게 질책하는 등 조사를 저지하고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안 검사에 따르면 문 총장은 지난해 12월 8일 이영주 춘천지검장이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가 필요하다고 대면 보고할 당시 “국회의원은 일반 사건과는 달리 조사 없이도 충분히 기소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면 소환조사를 못 한다”며 소환을 저지했다고 한다. 이후 수사팀은 기존 수사계획을 폐기하고 권 의원을 소환하지 않겠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안 검사는 검찰 지휘부가 권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뿐 아니라 검찰 내부로 향하는 수사를 저지하기 위한 시도를 벌인 정황도 폭로했다. 강원랜드 수사단이 수사 외압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대검찰청을 압수수색할 당시에도 내부 갈등이 불거졌다는 것이다. 안 검사에 따르면 수사단은 지난 3월 15일 대검 반부패부를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론 대검 측의 저지로 일부 정황증거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틀 뒤에야 집행됐다고 주장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 수사가 검찰 내홍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중앙포토]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 수사가 검찰 내홍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중앙포토]

안 검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수사 외압 의혹은 지난 2월 폭로와 유사한 내용이지만 이번엔 문 총장 등 검찰 수뇌부가 대거 특정됐다. 안 검사 측은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과 수사외압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를 요구한다”며 문 총장에 대해서도 강요 및 직권남용 혐의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사단, "독립적인 수사 공언했으나 실제론 총장이 수사지휘" 

안 검사의 폭로에 이어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에서도 이날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입장자료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문 총장은 수사단 출범 당시 ‘독립적인 수사’를 공언했으나 실제론 권 의원의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수사를 지휘했다고 주장했다. 수사단이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보고하자 문 총장은 “전문자문단(가칭) 심의를 거쳐 청구 여부를 결정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수사단은 입장자료에서 “(문) 총장님은 출범 당시의 (독립된 수사) 공언과 달리 5월 1일부터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고 적시했다.

다만 이 같은 문 총장의 지시에 대해 수사단은 “수사 보안상 전문자문단 심의를 받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고했고, 총장도 이에 동의해 구속영장은 자문단 심의 없이 청구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입장자료에 따르면 수사단은 권 의원의 영장에 적시할 범죄사실 범위를 확정하기 위해 전문자문단의 심의 결과를 기다린 후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대검, '사실 무근'…"수사 과정에서의 이견일 뿐" 

문무일 검찰총장 [중앙포토]

문무일 검찰총장 [중앙포토]

‘수사 외압’의 주체로 지목된 대검찰청과 문 총장은 안 검사의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문 총장은 춘천지검장 등을 질책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견을 제시한 것일 뿐 ‘수사 외압’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어떤 취지로 질책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이견이 발생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한 과정이고, 이견을 조화롭게 해결해 나가는 과정도 민주주의 한 과정”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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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관계자는 “당시 문 총장의 질책은 소환조사 자체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증거 확보 등 수사상 미진한 부분을 지적하며 보강수사를 하라는 취지의 지시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증거가 불충분하고 혐의를 입증할 정황도 부족한 상태에서 소환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부실수사 아니겠냐”고 말했다.

다른 대검 관계자는 “검찰총장이 수사과정에서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전문자문단 의견에 맡기자고 한 것 자체가 수사지휘에 해당하는지 등을 포함해 외압 의혹 전반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핵심은 총장이 전문자문단 구성을 지시한 것과 권성동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전문자문단 심의를 거치도록 한 것이 수사지휘에 해당하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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