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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 짧다” 교수 지적에 옷 벗고 논문 발표한 여대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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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가 짧다’는 여교수의 지적에 항의하기 위해 논문 발표 중 옷을 벗어 던진 한국계 여대생 레이티시아 채. [사진 레이티시아 채 페이스북]

‘바지가 짧다’는 여교수의 지적에 항의하기 위해 논문 발표 중 옷을 벗어 던진 한국계 여대생 레이티시아 채. [사진 레이티시아 채 페이스북]

‘바지가 짧다’는 여교수의 지적에 항의하기 위해 논문 발표 중 옷을 벗어 던진 한국계 여대생이 소셜미디어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명문대 코넬대학교 4학년 학생인 레이티시아 채는 논문을 발표하던 중 속옷만 남긴 채 겉옷을 모두 벗었다. 이러한 채씨의 모습은 지난 5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됐다.

채씨는 이날 수업 직후 페이스북에 지난 2일 ‘공공장서에서의 행동(Acting in Public)’ 수업에서 논문 발표 예행 연습을 하는 중 레베카 매거 미디어아트 조교수가 자신의 의상을 지적한 것에 대한 ‘탈의 퍼포먼스’라고 밝혔다.

채씨의 언급처럼 매거 교수의 지적은 논물 발표 예행 연습 중 이뤄졌다. 채씨는 당시 긴 소매의 옷과 찢어진 짧은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채씨의 의상을 본 매거 교수는 “그게 정말 네가 원하는 옷인 건가”라며 “옷이 너무 짧다”고 지적했다. 교수의 갑작스러운 지적에 채씨는 놀라 할말을 잊었다. 당시 교수는 “채씨가 옷차림으로 남학생의 관심을 끌려고 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교수의 이러한 발언은 학생들의 시선을 발표 내용이 아닌 채씨의 다리로 향하게 했고 채씨는 이로 인해 당혹감과 불쾌감을 느꼈다.

이어 매거 교수가 채씨에게 “어머니가 너의 옷차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겠느냐”고 재차 지적했다. 이에 대해 채씨는 “나의 어머니는 페미니스트이고 젠더와 성역할을 연구하는 교수다. 어머니는 나의 짧은 바지를 괜찮아 한다”고 답했다.

결국 채씨는 강의실 밖으로 나와 숨을 고른 뒤 겉옷을 벗고 속옷 차림으로 다시 교실에 들어가 중단했던 논문 발표 예행 연습을 끝마쳤다. 그러면서 3일 뒤 정식 논문 발표에서 ‘탈의 퍼포먼스’를 예고하며 학생들의 동참을 부탁했다. 그날 밤 채씨는 사건 전모에 대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고 1000여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마침내 논문 발표 당일, 채씨는 예고했던 탈의 퍼포먼스를 벌였다. 그는 눈물을 글썽이며 논문을 읽어나갔다. 채씨의 논문은 이민자와 난민을 이방인이 아닌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구성원으로 대우함으로써 주류사회와 통합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는 “우리는 외모에 기반해 스스로의 옷차림을 통제하고 있다”고 말하고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수업을 듣던 학생들은 채씨의 퍼포먼스 계획을 미리 들어 알고 있었기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채씨가 옷을 벗자 수업에 참여한 24명 이상의 학생들도 그를 따라 옷을 벗었다.

채씨의 퍼포먼스에 대해 매거 교수는 학교신문인 코넬데일리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무엇을 입어야 한다든지 무엇이 적절한 옷인지에 대해 정의를 내린 것은 없다”며 “다만 옷차림은 학생이 어떤 사람인지 나타낼 수 있으니 스스로 결정하라는 말을 했다”고 해명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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