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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김정은, 싱가포르 어떻게 날아갈까…한국 영공 통과도 관심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7일 중국 다롄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용기인 참매1호에서 내리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지난 7일 중국 다롄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용기인 참매1호에서 내리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북ㆍ미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어떻게 이동할까.

평양과 싱가포르 간 거리는 약 4800㎞이다. 육로로 가려면 중국을 거쳐 베트남~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로 가는 코스가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릴 뿐더러 여러 국가를 거쳐야 한다. 결국 항공편밖에 없다.

김 위원장은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고소공포증이 없다. 지방순시에서 자주 항공기를 이용했다. 북한의 조선중앙TV는 2014년 12월 30일 김정은이 직접 항공기를 조종하는 모습이 담긴 기록영화를 내보내기도 했다.

지난 8일 중국 다롄 공항에서 이륙하는 참매1호. [연합뉴스]

지난 8일 중국 다롄 공항에서 이륙하는 참매1호. [연합뉴스]

김정은의 전용기는 참매1호다. 1982년 북한의 항공사인 고려항공이 옛 소련으로부터 도입한 일류신(Il)-62M이다. 이 여객기는 74년부터 생산돼 95년 단종됐다. 4개의 엔진을 달아 최대 항속 거리가 9200㎞다. 평양에서 미국 서부 해안이나 유럽까지 갈 수 있다. 평양에서 싱가포르까지는 무리가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옛 소련과 수교한 뒤 서울~모스크바 항공노선이 열렸을 때 당시 소련의 항공사인 아에로플로트는 Il-62를 이 노선에 투입했다”며 “북한은 참매1호를 신경을 써서 관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지난 7~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 다롄(大連)까지 참매1호를 타고 갔다. 참매1호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장(國章)’이라 부르는 국가 상징 엠블럼이 그려졌다. 또 일류신(Il)-76TD가 참매1호를 동행했다. 이 항공기는 금색 휘장을 두른 김정은의 전용차(벤츠 마이바흐)를 운반했다. 당시 김정은의 방중이 북ㆍ미정상회담 예행연습으로 불리는 이유다.

중국 다롄 공항에 주기된 참매1호(뒷쪽)과 Il-76(앞쪽). [NHK 캡처]

중국 다롄 공항에 주기된 참매1호(뒷쪽)과 Il-76(앞쪽). [NHK 캡처]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항공 전문가와 외교관의 말을 빌려 “(김정은의 싱가포르 방문은) 수송 측면에서 (북한에게는) 완전히 다른 규모의 도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참매1호의 장거리 비행 경력이 없기 때문이다.

고려항공은 Il-62M을 도입한 다음해인 83년 아프리카 기니아 상공에서 추락사고로 1대를 잃었다. 당시 탑승객 23명 모두 숨졌다.

일각에선 참매1호가 한국 영공을 통과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평양에서 이륙한 뒤 서해~중국~베트남으로 이어지는 항로를 이용하는 것보다 서울~군산~제주~대만 항로로 가는 게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북제재다.

참매1-호 내부 모습. [조선중앙통신]

참매1-호 내부 모습. [조선중앙통신]

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따라 모든 북한발 항공기의 화물은 검색 대상이다. 고려항공은 미국과 한국의 독자제재 대상이기도 하다. 업계에선 한국이 배려하고 미국이 이해한다면 참매1호의 한국 영공 통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북한은 대북제재를 에둘러 피하면서 ‘정상국가’ 대접을 받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현재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북한과 국제 항공 노선 신설에 대해 협의 중이다. 북한은 한국 쪽 비행정보구역(FIR)을 통과하는 항로를 ICAO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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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공을 통과하는 항로는 대부분이 바다 위를 지나기 때문에 북한이 꺼릴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 내륙을 타고 내려가는 항로가 대안이 된다. 또 도중 중국이나 베트남을 들러 급유할 가능성이 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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