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청구금액만 7200억…법무부, ISD 중재의향서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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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기자

엘리엇 매니지먼트 폴 싱어 회장. [중앙포토]

삼성ㆍ현대자동차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한 미국계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한국 정부 간 법률 공방이 본격화됐다.

내국인 동일 대우 조항 등 #한ㆍ미 FTA 11조 위반 지적 #"삼성에 유리하게 직권남용했다" #'적폐청산' 검찰 기소 사실도 명시

11일 기획재정부ㆍ법무부 등 정부는 “미국 사모펀드 엘리엇이 지난달 13일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해 투자자-국가 소송(ISD) 중재의향서(Notice of Intent)를 대한민국 정부에 접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법무부는 이날부터 홈페이지에 중재의향서 영문 원문을 전부 공개했다. 한ㆍ미 FTA 협정문에 “중재의향 접수 시 최대한 신속하게 대중에 이용가능하게 한다”는 문구가 있기 때문이다.

ISD 중재의향서에 따르면 엘리엇은 피해보상 청구 금액으로 6억7000만 달러(약 7200억원)를 적시했다. 피청구인 역시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과 법무부로 명기했다. 구체적으로는 “엘리엇이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주주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 보건복지부,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이 한ㆍ미 FTA 협정문에 포함된 내국인 동일 대우(11.3조)와 최소 대우기준(11.5조) 조항을 위반했다”고 적었다.

자국 투자자(삼성)와 엘리엇 사이에서 박근혜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인 엘리엇에게 차별적 부당 대우를 했다는 주장이다. 2015년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이 1대 주주였던 제일모직이 삼성물산과 합병을 시도했을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약 7%를 보유한 주요 주주였다.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전 대통령,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잇따라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한 사실도 중재 의향서에 포함됐다. 국제분쟁 분야에서 십수년째 활동 중인 한 변호사는 “엘리엇은 검찰 기소와 법원의 유죄 판결을 ISD 청구에 대한 객관적 증거로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ㆍ미 FTA에 따르면 ISD 소송을 청구하기 위해선 반드시 피청구인을 상대로 객관적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

다만 엘리엇은 중재의향서에 구체적인 피해금액 산정식 등은 따로 기재하지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청구금액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 등이 불충분하게 포함된 자료”라며 “조만간 엘리엇 관계자들과 만나 진의가 무엇인지 파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엘리엇이 지난달 한국 정부에 보내온 ISD 중재의향서. 피청구인으로 대한민국 정부 법무부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을 명시했다. [자료 법무부]

엘리엇은 미 로펌 ‘쓰리크라운’을 법률 대리인으로 지정했다. 쓰리크라운은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지에 사무소를 둔 다국적 국제분쟁 로펌이다. 2015년 이란계 가전회사인 엔텍합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를 제기했을 때 쓰리크라운 소속 얀 폴슨 변호사가 중재인으로 지명된 바 있다. 한ㆍ미 FTA 협정문에 따르면 한국 정부와 엘리엇은 중재의향서를 제출한 날(4월 13일)로부터 최소 90일 간 협의 기간을 갖도록 규정돼 있다. 90일은 최소 기간인 만큼 엘리엇과 우리 정부 사이의 협의가 석달 넘게 진행될 수도 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