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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3자 해법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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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신경진 기자 중앙일보 베이징 총국장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중국이 돌아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40여 일 만에 다시 만나면서다. 북한의 러브콜에 중국은 풍경이 수려한 다롄(大連) 방추이다오(棒槌島) 국빈관에 북핵 복귀 무대를 마련했다.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항저우 시후(西湖), 난징 둥자오(東郊)와 더불어 중국 4대 국빈관으로 불리는 곳이다.

김 위원장은 왜 다시 중국에 왔어야만 했을까. 중국 소장파 학자의 해석이 솔깃하다. 미국의 파격적인 타협안 제시 가능성이다. 미국이 북한에 주한미군 감축과 한·미 군사동맹 관계 조정을 핵 문제 교환 카드로 제시했고 홀로 결정할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한 북한은 중국과 전략적 소통을 요청했다는 가설이다. ‘차이나 패싱’에 애타던 중국은 환영했다. 내용도 중국엔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이었다.

이 학자는 북한이 핵 문제에서 근본적 타협 의사가 없을 가능성도 덧붙였다. 미국이 성과 없는 회담을 거부하며 압박하자 북한은 회담 결렬을 대비해 미국의 군사 옵션을 막고, 경제제재까지 피하기 위해 중국의 협조를 구했다. 중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신중히 해석한다.

중화권 매체의 해석도 흥미롭다. 중국은 판문점 선언에 담긴 남·북·미 ‘3자 회담’을 북한이 주도한 ‘중국 배제’ 전략으로 판단했다. 왕이(王毅) 국무위원을 평양에 급파해 김 위원장을 설득했다. 일본도 포섭했다. 시 주석이 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통화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따오기를 선물했다. 미소(微笑) 외교로 중·일 연대 전선을 구축했다.

일본을 제외하면 북핵 당사국은 남·북·미·중 네 나라다. 남·북, 한·미, 한·중, 북·미, 북·중, 미·중 여섯 가지 양자 조합이 나온다. 북한이 남북 관계를 풀자 한·미 두 나라가 북·미 축을 돌렸다. 북·중 관계까지 정상으로 되돌렸다. 한·중 사이에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여진이 남아 있다. 9일 리커창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드의 원만한 처리를 당부했다. 여섯 조합 중 최대 모순은 북·미보다 미·중 사이다. 남·북·미 3자 연대론은 중국을 스포일러로 만들기 쉽다. 북핵까지 패권국과 신흥국 충돌의 촉매가 될 수 있다.

북핵 4차 방정식 해결은 아직 요원하다. 북한은 과거 중·소 분쟁을 ‘주체’로 헤쳐나왔다. 판문점 선언에 3자, 4자를 동시에 넣은 것도 트럼프와 시진핑 사이에서 몸값을 높이려는 책략일 수 있다. 중국은 ‘방 안의 코끼리’다.

보고 싶지 않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게다가 평화선언과 협정은 동전의 앞뒷면이다. 동북아 신질서를 낳을 해법은 뺄셈이 아닌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다. 한국이 씁쓸함은 잊고 중국의 복귀를 환영해야 하는 이유다.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