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정치의 진일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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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3일 폐회된 143회 임시국회는 회기 6일 동안 일부 구태를 여전히 보여준 점도 있지만 몇가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가능성 역시 보여준 것으로 생각된다.
13대국회의 첫 상임위 활동을 벌인 이번 임시국회는 여소야대의 상위운영의 첫 시험이자 권위주의 체제의 국회와는 다른 새로운 국회모습을 볼 수 있느냐는 점에서도 주목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13대의원의 수준과 달라진 국회에 임하는 정부자세를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이번 상위의 국정논의를 보면 무엇보다도 과거에 흔히 보던「성역」의 존재가 사라졌음을 실감하게 돼 시대가 바뀌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전 같으면 공개회의에서 제대로 다루지도 못했던 군 관계의 문제점을 국방위가 거리낌없이 추궁했는가 하면 정부의 완강한 공개거부로 베일에 싸여있던 부실기업정리내용도 마침내 공개되고 추궁의 도마 위에 올랐다.
삼청교육의 문제점과 전씨일가의 비리문제, 산업재해의 실상 등 당면한 많은 중요관심사가 과거에 볼 수 없던 문제의식과 심도로 논의되고 추궁되었다.
특히 일부 상위에서 이런 추궁이 과거의 연설식 발언이 아니라 1문1답의 방식으로 시도된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연설식 질문으로는 흔히 『연구 검토해 보겠다』는 등의 어물쩡한 몇 마디 답변으로 넘어가 제대로 문제의 핵심을 추궁할 수 없었음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1문1답 식의 회의운영이 정착하자면 질문하는 의원이 사안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과 사전준비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부측이 현장모면식의 답변으로 넘어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보면 의원들의 준비가 불충분한 듯한 대목도 있었는데 보다 충실한 사전준비로 앞으로 모든 상위의 진행이 1문1답식으로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상위에 임한 정부측 자세도 과거보다 진지해졌다는 것이 중평인것같다. 과거와 같은 여당의 보호를 기대할 수 없는 「야대」국회인 이상행정부로서도 정공법으로 국회에 임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아직도 답변미흡의 질책이 많고, 준비가 덜된 탓으로 충분한 설명을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행정부내에는 국회에서의 국정논의를 여전히 가외의 부담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비뚤어진 고정관념은 하루빨리 시정하는게 좋을 것이다.
이번 국회에서 특히 유의하고자하는 일은 여야간에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 가는 진 일보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증언, 감정법 등 두 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행사로 회기초에 한바탕 풍파가 예상되었지만 야권이「어른스럽게」대처함으로써 마침내 두 법안의 협상을 타결시켰고, 올림픽기간 시위금지법을 성사시킴으로써 올림픽의 초당적 지원이라는 약속도 구체화시켰다.
이처럼 「어른스럽게」대처하고 완승주의나 밀어붙이기가 아닌, 대화에 의한 점진적 문제해결의 자세야말로 이 시절 가장 절실한 요청이라고 볼 때 여야는 이번에 좋은 선예를 만든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상위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점도 여전히 많다. 아직도 질문수준이 유치하고 남이 말한 것을 또 거론하는 중복발언, 특정기업을 의식 한 듯이 보이는 발언, 우격다짐, 위세과시형 언동…등 많은 구태가 보였다. 정당간의 경쟁을 나쁘다고 만하기 어렵지만발언 독점 등으로 나타나는 지나친 경쟁의식의 표출은 국정논의에 도움이 못된다.
이처럼 이번 국회는 가능성과 문제점의 윤곽을 상당히 드러낸 셈이며, 그에 따라 앞으로 더 발전시키고 빨리 버리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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