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희씨는 손가락으로 남편 이철수씨 손바닥에 의사를 표시한다. 최정동 기자
김순희(60.여)씨가 허리와 다리의 통증을 호소한 건 1997년. 1년간 여기저기 병원을 다닌 끝에 남편 이철수(60.전 중구 의회 사무국장)씨는 믿기지 않는 선고를 받았다. 아내의 병이 다발성 전신위축증(MSA)이라고 했다. 소뇌세포가 점점 파괴되면서 몸의 운동기능을 잃어간다는 병이다. 원인이나 치료법은 아직 모른다. 그저 매월 병원에 가 증상을 완화하는 약을 받아오는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걷지 못하고 말도 어눌해졌다. 필담을 나누던 것도 이제는 안 된다. 눈꺼풀과 오른쪽 집게손가락만 겨우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내가 투병하면서 이씨의 사교생활도 없어졌다. 시집간 딸(35)이 같이 살며 낮시간 아내를 돌봤고, 밤에는 퇴근한 이씨가 교대한다.
처음에 남편은 "아내를 원상회복시켜 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나 이제는 "지금 이렇게만이라도 살아 있게 해 달라"고 빈다. 투병 10년간 이씨는 아내를 치료하기 위해 양.한방, 대체의학, 기치료까지 30여 가지의 각종 치료법을 써봤다. 검사.입원.수술.퇴원도 반복했다. 이씨는 치료 비용을 "억대"라고만 했다. 그는 최근 아내의 간병기를 책으로 냈다. 제목은 '당신이 살아있으므로 행복합니다'(책이있는마을)다. 책을 쓴 이유는 "희귀병으로 고생하는 다른 환자 가족들과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고 싶어서"다.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