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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퇴폐」환경에 부실한 식당|불편한 지정여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18일 밤12시쯤 서울 강남의S장.
지하 룸살롱에서 만취한 취객 4명이 각각 아가씨들의 부축을 받으며 객실에 든다.
바로 옆 B장 객실에서도 남녀 5∼6명이 어울려 술판을벌이고 있다.
두 업소 모두 입구엔「88올림픽 지정숙박업소」표시가 큼지막하게 걸려있다.
서울 올림픽회관 주변의 숙박업소들.「올림픽 지정업소」간판을 안 내건 업소가 없을정도인데 부근 사람들한테는「그렇고 그런…」여관으로 소문나있다.
여안마사·물침대·음란비디오상영등으로 이름깨나 있는 여관치고「올림픽 지정업소」가 아닌것이 이상할 정도다.
『서울시내 숙박업소중 우선깨끗하고 시설좋은 곳부터 고르다 보니….』
서울시 관계자의 궁색한 변명이다.
서울시내 일류호텔을 제외한일반호텔·여관·여인숙등 숙박시설은 5천여곳. 이가운데「올림픽 지정업소」가 3백3곳이다.
여관「퇴폐문화」가 자칫 올림픽관광 외국인에게 우리의 미품양속을 오해하게 할까 우려되는 현장들이다.
객실내부수리가 한창인 강남C장.
『커튼·카핏·시트까지 방염처리된 것으로 갈았는데 객실화재경보장치까지 설치하라니 엄두가 안나요.』
그동안 컬러TV교체·식당수리등으로 1천만원가량 들였는데 최근엔 객실천장까지 뜯어내고 화재경보시설을 하라는 당국의 반강제적 지시에 지배인박모씨(35)는 울상짓는다.
『보름남짓 사용할 귀중품 개인보관함을 기십만원씩 주고 설치하라는 거예요.』
서울 군자동 G장지배인 이모씨(37)는『외국인들에게 기존 침대가 작을것 같아 개당20만원짜리 침대 20개를 새로들여놓느라 많은 경비가 들어더 이상의 시설개선엄두를 못내고 있다』며 당국의 무리한요구를 원망했다.
『보수자금 금융지원을 해준다고 하지만 조건이 까다롭고 필요한 돈을 제때 주지도 않아요.』이씨의 불평은 끝이 없다.
지정업소가 갖춰야할 시설기준을 보면 보디샴푸등 34종에이르는 필수비치물이외에 불경책등 19종을 준비해야하며 종업원과는 별도로 업소마다 경비원까지 확보해야 한다.
이런 엄청난 경비를 들여 시설을 갖춘 업소가 올림픽기간중 외국인에게 받는 숙박료는 현행대로 업소종류에따라 1실2인기준1박에 1만3천∼1만8천원.『헐값에 재워주었다고 무조건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건 아니잖습니까.』최근 5백만∼1천만원씩의 시실수리비를 들인, 업주들은 입을 모아『바가지 요금은 안받아야겠지만 객실당 하루 수입이「낮손님」을 포함, 2만5천원선에 이르기때문에 객실당 1만3천∼1만8천원으로지정된 올림픽지정업소 숙박료는 너무싸다』는 주장이다. 요즘 국내 관광여행사는 올림픽관광 내국인 숙소를 확보하느라 경쟁이치열,「올림픽 지정업소」서 제외된 일반호텔·여관등은 짭짤한 수입을 올릴수있어 신바람난다는 것.
『지정업소처럼 요금이 정해진것이 아니어서 1박에 3만∼5만원씩 받는 곳이 수두룩해요. 그것도 무더기로 객실을 예약해 올림픽 기간동안 한목 잡는다는 거예요.』
삼성동 S장 주인 김인숙씨(46)는『시설비는 시설비대로들이고도 숙박요금이 싸게 지정돼있어 이번 올림픽은 수지타산이 안맞게 됐다』며『그나마현재 외국인 예약은 65%밖에못받았으나 외국인 투숙예약 종료기일인 8월18일까지는 국내관광객 예약을 할수 없다』고 속상해 했다. 숙소와 연계된 식당역시 외국인들에게 큰 불편을 주게될것 같다.
지정업소의 자체 식당시설은대부분 빈약하고 음식종류도 양식·한식 모두 기본적인 3∼4가지에 불과,「인류의 제전」에 몰려들 각양각색의 외국인기호·입맛에 맞춘다는 것은 아예엄두도 못내고 있다.
게다가 식당을 갖추지 못한숙박업소가 많아 인근 식당과 연계, 외국인들에게 식사제공을할계획이지만 이들 식당의 음식종류 역시 빈약하기는 마찬가지다.
숙박업소 주변 청결도 시급히 개선돼야 할것같다. 서울잠실 1단지 건너 숙박단지 주변엔악취 풍기는 쓰레기가 2∼3일 지나도록 그대로 있고, 서울군자동 중고자동차 매매시장 부근 업소는 도로를 가득메운채 수리중인 자동차로 통행이 힘든 지경이다. 멋진 올림픽을 위해서는 외국인들에게편안한 잠자리 제공도 큰 몫을차지할 것이다. <최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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