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카키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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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뉴욕 뒷골목 길을 걷다보면 유난히 눈에 많이 띄는 가게 들이있다. 아이스크림과 둥근빵을 파는 가게들이다.
돈 없는 나그네 아니면 동네 개구쟁이들이 즐겨 찾는 이 구멍가게 주인을 보면 거의가 그리스계 이민이다.
같은 유럽의 이민이면서도 그리스계는 미국의 백인종사회에서 대접을 못 받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고대의 찬란한 문학를 간직한 그리스를 오늘의 유럽사람들은 그저「변두리」정도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그리스계의 미국이민은 농사꾼이 많고 교육수준도 높지 못하다. 그래서 대부분 뒷골목에서 조그만 구멍가게를 운영하는게 고작이다.
그런 그리스계 이민사회에서 그야말로 용이 나왔다. 「듀카키스」매사추세츠주 지사가 민주당대통령후보로 지명된 것이다.
「듀카키스」지사는 그리스계 이민2세다. 그의 아버지는 16세때 미국으로 건너가 고학으로 하버드대 의대를 졸업했다. 개업의로 돈도 벌었다. 그래서 아들에게 1백만달러의 유산을 남겼다.
그런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고도 「듀카키스」는 언제나 검소한 생활을 했다. 그리고 개인적인 부의축재 같은덴 아예 관심이 없다.「듀카키스」의 아버지가 또 다른 유산도 남겼기 때문이다. 「근로의 윤리와 성취」를 인생의 목적으로 자녀들을 교육시킨 것이다.「듀카키스 」가 오만하고 자부심 강한 앵글로색슨의 본고장 매사추세츠주에서 지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바로 아버지의 이 같은 귀중한 유산과 함께 그 자신의 명석함과 근면이 유권자들의 관심을 모은 것이다. 그리고 그는 주지사가 되어 매사추세츠주의 적자재정을 흑자로 만들어 놓았다. 「듀카키스기적」이다.
그러나『대통령「듀카키스」』에는 말이 많다. 우선 인간미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듀카키스」는 술도, 담배도 안한다. 말할 때도 거의 표정이 없어 속마음을 알 수가 없다. 물론 농담같은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다.
유머가 없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 그래서 말 많은 사람들은「듀카키스」를 가리켜 좋은 행정가는 될지언정「큰 정치」를 펼칠 지도자는 못된다고 한다.
하지만 역사에는 과대 평가된 인물이 오히려 별 볼일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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