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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염전노예’가 법정에서 판사에게 들은 황당한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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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촬여된 신안 염전의 모습. [ 프리랜서 이영균 ]

2011년에 촬여된 신안 염전의 모습. [ 프리랜서 이영균 ]

2014년 한 염부가 “자신을 구출해달라”며 육지에 사는 어머니에게 보내온 편지로 전남 신안군의 충격적인 실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섬에서 탈출하려 해도 도저히 탈출할 수 없는 ‘염전 노예’들의 실상이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당시 중앙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신안군 ‘염전 노예’들의 실상은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염전 노예 사건'으로 논란이 된 전남 신안군의 실태에 대해 다뤘다.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뿌리를 뽑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경찰·신안군청도 피해자를 찾아 나섰다. 대대적인 수사와 조사가 이뤄지면서 이 문제는 해결된 듯 보였다. 그러나 법원에서 생각지 못한 반전이 나왔다. 지역 법원이 염주들에 대부분 집행유예와 같은 가벼운 처벌을 내린 것이다.

염전 노예 사건으로 섬에서 구출된 박성근(54·가명)씨는 “혼자 일했다. (염전일 안할 때는) 밭에서 일했다. 돈을 추석, 설날에만 5만원씩 줬다”고 밝혔다. 그는 4000평이 넘는 염전을 혼자 작업했으며 지적장애 2급이었다. 그의 진술에 따르면 그는 최소 14년간 염전에서 착취당했다. 최저임금으로 계산해도 1억 2000만원이 넘는 돈을 받지 못했던 것. 그는 염주에게 폭행도 당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폭행 시기를 특정하지 못해 폭행죄는 적용되지 않았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사법처리 과정에서도 '염전 노예'의 눈물은 계속 됐다. 박수인 전남장애인권익옹호기관 팀장은 이날 방송에서 자신이 지켜봤던 황당한 재판 과정에 대해 털어놨다.

박 팀장은 “제가 방청을 들어갔는데 어떤 판사님은 이런 얘기도 하셨다"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박 팀장은 당시 판사가 “나라에서 가족이 지원 못 하는 장애가 있는 사람을 그래도 이 염주들이 데리고 있으면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보살펴줬던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감금된 채 십수년간 노동을 강제해 온 피해자 앞에서 감금을 자행한 염주를 보호하는 발언이었다는 취지다.

김강원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 실장은 “데리고 가서 무슨 짓을 하든지 간에 숙식만 제공하면 용서해준다. 뭐 가축도 아니고…”라며 판사의 황당한 판결에 대한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2011년에 촬여된 신안 염전의 모습. [ 프리랜서 이영균 ]

2011년에 촬여된 신안 염전의 모습. [ 프리랜서 이영균 ]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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