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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벽 못 넘었지만...함께 박수치고 격려한 남북 단일팀 '값진 3위'

중앙일보

입력

4일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 남북 단일팀 선수들이 함께 일어나 박수를 보내고 있다. [AP=연합뉴스]

4일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 남북 단일팀 선수들이 함께 일어나 박수를 보내고 있다. [AP=연합뉴스]

 태극기와 인공기를 단 남북한 여자 탁구 선수들이 같은 벤치에 앉아 함께 응원을 보냈다. 그러나 세계 2위 일본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전격 결성된 남북한 여자 탁구 단일팀이 4일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열린 2018 단체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 일본에 0-3으로 완패했다. 한국의 전지희(26·포스코에너지)와 양하은(24·대한항공), 북한의 김송이(24)가 출전한 단일팀은 개인전 세계 톱10에 모두 올라있는 일본 선수들에 한 게임도 따내지 못했다.

남북한은 3일 나란히 8강전에 오른 뒤, 국제탁구연맹(ITTF)의 중재 속에 깜짝 단일팀을 구성했다. 8강전에서 대결 대신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환하게 웃은 남북한 선수들은 단일팀 결성에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탁구가 남북 단일팀을 구성한 건 1991년 일본 지바 대회 이후 27년 만이었다. 급하게 단일팀이 구성돼 남북 선수들은 각자 태극기와 인공기가 박힌 유니폼을 그대로 입었지만 이들의 팀은 '코리아(KOREA)'였다.

4일 세계선수권 준결승전을 앞두고 합동 훈련을 한 뒤, 파이팅을 외치는 남북 여자 단일팀 선수들. [사진 대한탁구협회]

4일 세계선수권 준결승전을 앞두고 합동 훈련을 한 뒤, 파이팅을 외치는 남북 여자 단일팀 선수들. [사진 대한탁구협회]

남북한 여자 단일팀은 준결승 전날 합동 훈련도 1시간 50분 가량 소화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 개인전 동메달을 땄던 북한의 김송이는 "단일팀이 돼 긍지가 생기고, 자부심도 느낀다. 앞으로도 잘해야겠단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양하은은 "고교 때부터 북측 선수를 봐와서 친숙하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면서 때론 웃음짓기도 했다. 훈련을 마친 뒤 안재형 한국 감독이 선수들을 불러모아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 단일팀이 중국을 이기고 금메달 땄던 일을 기억해보자. 일본전도 한 마음으로 나서면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코리아!"라고 선창하자 모든 구성원들이 "이기자!"라고 외쳤다.

4일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1단식으로 나선 남북 단일팀의 전지희. [EPA=연합뉴스]

4일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1단식으로 나선 남북 단일팀의 전지희. [EPA=연합뉴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 후 집중적인 투자로 중국을 넘보는 수준까지 실력을 높였다. 남북 단일팀과 상대한 일본은 8강전까지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았을 만큼 강한 전력을 과시했다. 이시카와 가스미(25·3위), 히라노 미우(18·6위), 이토 미마(18·7위) 등 모두 세계 톱10에 올라있었다. 이들을 상대로 남북 단일팀에서 처음 나온 선수는 전지희였다. 2011년 중국에서 귀화해 이번에 처음 세계선수권에 나선 전지희는 조별리그 전승을 거뒀을 만큼 좋은 컨디션을 보여왔다. 그러나 상대로 나선 이토 미마의 벽을 넘지 못하고 0-3(2-11 8-11 9-11)으로 완패했다.

4일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2단식에 나선 남북 단일팀의 김송이. [EPA=연합뉴스]

4일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2단식에 나선 남북 단일팀의 김송이. [EPA=연합뉴스]

두 번째 단식으로 나선 김송이는 이시카와 가스미와 풀세트 접전을 펼쳤다. 세트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5세트까지 끌고갔고, 5세트에서도 5차례나 듀스가 이어졌다. 그러나 14-14 상황에서 가스미의 집중력이 더 높았다. 두 점을 내리 따내면서 김송이는 가스미에 2-3(4-11 11-6 8-11 13-11 14-16)으로 아깝게 패했다. 세 번째 단식으로 나선 양하은은 히라노 미우에 3세트를 따내며 분전했지만 1-3(4-11 5-11 11-9 6-11)으로 졌다.

4일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 작전 타임에 함께 선 남북 단일팀 선수들. [AP=연합뉴스]

4일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 작전 타임에 함께 선 남북 단일팀 선수들. [AP=연합뉴스]

하지만 27년 만에 결성된 남북 단일팀 선수들은 경기 내내 남북한을 가리지 않고 서로를 격려하고 박수쳐주면서 훈훈한 분위기를 보였다. 이날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선수들까지 모두 벤치에 앉아 단일팀 동료가 득점할 때마다 일어서서 환호하고 박수쳐주며 격려했다. 안재형 감독과 김진명 북한 감독은 함께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수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관중석에서도 남북한 관계자들이 함께 앉아 응원을 보냈다. 이 중에선 1991년 남북 단일팀 주축 멤버였던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도 있었다. 3·4위전이 따로 열리지 않아 남북 단일팀은 동메달을 땄다. ITTF와 남북한의 협의에 따라 남측 5명, 북측 4명 등 단일팀 선수 9명은 시상식 때 모두 메달을 목에 건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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