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화해 순례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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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제헌절인 17일 낮12시20분쯤 광주시망월동 5.18광주항쟁희생자 묘역에는 색다른 참배객들이 단체로 들어섰다.
멀리 경상도당 경북상주시의 천주교신자 1천여명이 「지역감정해소」와 「5.18영렴위로」화해순례미사를 올리기위해 20대의 전세관광버스에 나눠타고 도착한 것이다.
「광주문제 해결없이 민주화는 요원하다」「분단도 서러운데 지역감정 웬말인가」「5.18민주항갱 영령께 고개숙입니다」「농사짓는 마음은 호남·영남구분없다」「통일의 첫 걸음은 호남·영남단결에서」-.
관광버스에는 이들의 방문목적을 말해주는 플래카드가 내걸려 연도에서 광주시민들로부터 뜨거운박수를 받았다.
1백26기의 희생자묘지 사이사이에 1천여명 경상도친주교인들이 둘러앉아 미사가 시작됐다.
『…짓이겨진 광주시민의 아픈 마음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죄스러웠읍니다… . 우리는 조금이나마 속죄하기 위해 여기 순례미사를 올리고 있는것입니다.』
상주 서문성당 유강하신부의 강론은 간절한 기도로 이어졌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수있게 해주시고 화해와 일치를 통해 민족통일을 이루게 해주시옵소서…』
2시간여 미사가 진행되는동안 5·18묘역은 뜨거운 햇볕에 달아 후끈후끈 지열을 내뿜었지만 가슴에 검은 리번을 달고 「민족통일」구호가 적힌 종이모자를 쓴 신도들은 흐트러짐없이 경건한 한마음을 보여주었다.
『서로가 상대방의 아픔을 함께 나누려는 마음가짐으로 지역을 넘어선 민족의 공동 과제앞에 설때 영·호남이 어디 있겠읍니까. 광주사태해결과 지역감정해소는 반드시 어려운 문제만은 아닙니다.』
경상도 「교지」들을 안내한 천주교광주정평위 한간부의 말은 정곡을 찌른 느낌이었다.

<광주=위해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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