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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탁구 단일팀, 1991년과 어떻게 다를까.

중앙일보

입력

3일 전격 결성된 남북 여자 탁구 단일팀. [사진 대한탁구협회]

3일 전격 결성된 남북 여자 탁구 단일팀. [사진 대한탁구협회]

 스웨덴에서 27년 만의 남북 탁구 단일팀이 결성됐다. 첫 상대는 일본이다.

남북한 여자 탁구대표팀은 3일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열리고 있는 2018 단체전 세계선수권 여자 8강전을 앞두고 전격 단일팀 구성에 합의하고, 함께 준결승전에 올랐다. 전격 결성돼 태극기와 인공기가 박힌 유니폼은 그대로 입되, 국호는 'KOREA', 약어는 'COR'이라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직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정한 남북 단일팀 명칭을 달고 대회를 치른다. 선수는 남측 5명, 북측 4명 등 9명 전원이 모두 벤치에 앉고, 메달도 모두 함께 받는다. 남북한은 곧바로 준결승에 올라 최소 동메달을 확보한 상태다. 8강전에 코트에 선 남북 선수들은 서로 어깨동무하고, 환하게 웃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선보였다.

73년 사라예보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체전 우승의 주역인 이에리사씨(한국탁구상비군 3군코치)가 18년만에 세계 정상에 다시오른 남북 후배선수들과 의자매를 맺은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분희, 유순복, 홍차옥, 현정화. [중앙포토]

73년 사라예보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체전 우승의 주역인 이에리사씨(한국탁구상비군 3군코치)가 18년만에 세계 정상에 다시오른 남북 후배선수들과 의자매를 맺은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분희, 유순복, 홍차옥, 현정화. [중앙포토]

이번 단일팀은 1991년 일본 지바 세계선수권 당시의 단일팀과 비교되는 면이 많다. 당시엔 남북 체육회담을 통해 분단 이후 처음 단일팀으로 결성돼 46일간 합동 훈련을 하면서 호흡을 맞췄다. 그러나 이번 단일팀은 대회 도중에 국제탁구연맹(ITTF)과 남북한, 3자 회동에서 급물살을 타면서 하루도 채 안 돼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평소 국제 오픈 대회 등을 통해 남북 선수, 코칭스태프 사이에도 교감을 나눴던데다 1991년 단일팀 사례가 있었기에 국제 탁구계에서도 남북 단일팀에 대한 공감대가 넓게 형성돼왔었다.

1991년 5월 일본 지바에서 열린 제41회 세계탁구 선수권대회에서 남한의 현정화(오른쪽) 선수와 북한의 이분희(왼쪽) 선수가 코리아팀으로 함께 경기하고 있다. [중앙포토]

1991년 5월 일본 지바에서 열린 제41회 세계탁구 선수권대회에서 남한의 현정화(오른쪽) 선수와 북한의 이분희(왼쪽) 선수가 코리아팀으로 함께 경기하고 있다. [중앙포토]

경기를 치르는 방식도 1991년과 다르다. 당시엔 4단식 1복식으로 열렸다. 5경기 중 3번째 경기를 복식 경기로 치렀다. 남북 단일팀 '코리아'는 당시 중국과 결승에서 북한 유순복과 한국 현정화가 1,2단식을 모두 이겼지만 3번째 경기 복식에서 나선 현정화-이분희가 덩야핑-가오준에게 1-2로 역전패했다. 4번째 경기 단식에 선 현정화가 덩야핑에 0-2로 패해 균형을 이뤘지만 5번째 경기 단식에서 유순복이 가오준을 2-0으로 완파하면서 우승에 성공했다.

2018년 세계선수권은 5경기 모두 단식으로 치른다. 그렇다고 남북한 선수가 호흡을 함께 맞출 일이 없는 건 결코 아니다. 홀로 나서는 단식 경기에 선수 9명이 모두 벤치에 앉는 만큼 함께 격려하고 응원하는 분위기만으로도 외적인 요소에서 상대에 큰 위압감을 가져다줄 수 있다. 또 안재형 한국 감독과 김진명 북한 감독은 최상의 경기를 치를 3명을 어떤 선수로 내보내냐에 따른 협의도 긴밀하게 해야 한다.

3일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 재단 창립 기념회에서 합동 이벤트 경기를 치르는 남북한 여자 탁구 선수들. [사진 대한탁구협회]

3일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 재단 창립 기념회에서 합동 이벤트 경기를 치르는 남북한 여자 탁구 선수들. [사진 대한탁구협회]

남북 탁구 단일팀은 4일 오후 6시 일본과 준결승전을 치른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 남북한 선수들은 4일 스웨덴 할름스타드 아레나에서 1시간 30분 가까이 공동훈련으로 구슬땀을 흘렸다. 훈련 중간중간 서브 구질과 리시브 방법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가벼운 농담으로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대한탁구협회 관계자는 "훈련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선수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 훈련에 만족감을 드러냈다"면서 "훈련이 끝난 후에는 한일전에서 꼭 승리하자며 의기투합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전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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