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밤8시 넘으면 환전도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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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올림픽의 화려하고 장엄한 팡파르가 울릴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외국인만도 매일 30여만명 이상 붐빌 제24회 서울올림픽을 「인류의 축제」로 성공시키기 위한 장외준비가 한창이다. 올림픽 길목에서 우리 주변을 총점검해 본다.【편집자주】
17일 오후9시25분. 노스웨스트 항공편으로 방금 김포공항에 도착한 외국인 1명이 구청사1층 외환은행앞에서 어쩔줄 모르고 당황하고 있었다. 오후8시만 되면 문을 닫는 은행때문에 환전을 못한 것이다.
세관검사장안에 계속 영업중인 또 다른 환전소가 있다는 공항 안내센터의 말을 듣고 무거운 짐을 2층까지 끌고 올라가 수화물 보관소에 맡기는등 번잡스러움을 겪은 끝에 간신히 환전했다.
『오후8시 이후엔 환전할 곳을 묻는 외국인이 너무 많아요. 대부분의 승객들이 「밖에도 있겠거니…」 믿고 입국장을 나섰다가 당황하기 일쑤예요.』 관리공단 공항안내양의 말이다.
국제공항 관리공단·한국관광공사·대한항공의 안내원 10여명과 각 항공사·호텔등의 안내원 30여명등 모두 40여명이 내·외국인 안내를 맡은 안내소.
관리공단과 관광공사의 안내를 맡고 있는 5명의 안내양앞엔 외국인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룬 반면 다른 안내대 앞은 한가롭기만하다. 『각 여행사나 호텔은 자기들의 이익에만 연연해 제대로 친절히 안내해주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외국인들의 지적이다.
16일 오후7시. 한 외국인이 텔리가이드 앞에서 이곳 저곳 단추를 열심히 누른다.
단축버튼을 누르면 통화가가능하다는 일어와 영어로 된 설명을 읽고 ××장과 통화를 시도하려고 애쓰나 계속 통화중.
주식회사 대해가 지난해 10월 설치한 가로4m·세로3m크기의 텔리가이드에는 호텔등 숙박시설은 물론 큰 기업체의 위치, 가는 거리등이 자세히 수록돼 있다.
텔리가이드와 씨름하던 외국인이 안내소로 다가가 하루 1만5천원 내외의 저렴한 숙박시설이 없겠느냐고 묻자 안내양은 관광공사의 안내대를 가리켰다.
서울시내 장급여관까지 모든 캐털로그를 준비한 관광공사 안내양이 비로소 외국인이 원하는 곳을 찾아내준다.
안내양은 2명뿐. 외국인이 몰려오는 오후3∼6시사이엔 차례를 기다리는 외국인 7∼8명이 지루한 얼굴로 늘어서 있다.
서울시내 약도·전국관광안내지도등이 하루·1주일·보름·한달등 기간별로 구분되어 놓여 있다. 그러나 외국인에게 가장 긴요한 숙식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를 안내하는 책자는 눈에 띄지않는다.
청사 한가운데에서 일본인여행객 2명이 점퍼차림의 한 청년과 승강이를 벌이고 있다.
『값싼 숙소와 자가용을 제공하고 여자까지 소개시켜 주겠다』며 일본인들의 옷자락을 잡아끈다.
『어림잡아 1백여명이 상주하며 자가용을 이용한 변태영업을 일삼지요.』 공항관계자의 말이다.
14일 오후5시. 공항안내소에서 땀으로 범벅이 된 한 외국인이 공항 안내양에게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사람을 찾는 안내방송을 해주지 않으면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만날수 있느냐』는 것이다.
『안내방송은 미아찾기에 국한돼 있다』는 것이 공항측의 설명이었다.
17일 오후10시. 구청사앞 택시 승강대에는 중형택시 13대가 줄지어 서 있으나 타려는 외국인은 드물다.
일반택시가 20∼30분만에 들어와도 그것을 타려고 기다리는 것이다.
바가지요금이 많으니 중형택시를 탈때엔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공항안내대에서 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올림픽이 임박한 8월하순부터는 평소의 2배가 넘는 하루1만5천여명의 외국인이 몰려들 것이 예상되므로 개인택시로 시간대별 「임시자원 공항택시단」을 조직,운영하는 특별대책이 시급하다』고 공항관계자는 말했다. <이재학·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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