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송진혁|연정가능성 얼마나 될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여소야대의 정계현실에서 갈수록 정국운영의 한계를 느끼고 있는 민정당에서 연정구상이 나오고 있어주목된다.
대법원장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것을 비롯해 원치않는 법안들이 야당결속에 의해 속속 통과되고 앞으로도 반대하는 의안들이 얼마나 더통과될는지 알수 없는 상황에서 민정당이 여러가지 대안들을 궁리하는 것은 당연하다.
무엇보다 올림픽후에 있을 노대통령의 재신임문제가 법적으로야 어떻든 부결될 경우 임기중단을 각오하지 않을수 없는만큼 뭔가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수 없는 형편이다.
3야당중 어느 한 야당이라도 연정에 끌어들인다면 표대결마다 패배하는 국회판도의 역로을 가져올수 있고 5공화국비리조사나 광주항쟁조사같은 부담에서도 크게 연신의 폭을 넓힐수 있다. 뿐 아니라 노대통령의 재신임문제를 국회에 부쳐 간단히 해결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연정구상은 아직 민정당의 방침으로 굳혀진 것같진 않으나 민정당으로서는 가장 매달려볼만한 구상이라고 할수 있다.
그렇다면 민정당이 연정을 추진한다고 할때 어느 당과 손잡을 수 있을까.
정계에서는 공화당과의 연정가능성을 가장 크게 보고 벌써 쑥덕공론이 벌어지는 모양인데 공화당자신은 이에 선뜻 동조하는 기색이 아니다. 같은 보수세력인데다 다같이 박정희대통령의 휘하인맥이었다는 점, 국정운영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등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사쿠라 또는 준여당으로 몰려 자칫 당존립기반이 무너질 위험성이 있고, 연정에서의 지분과 매기 집권구도의 설정등 간단찮은 문제가 중첩해 있어 공화당이 손쉽게 응하기 어려운 사정은 허다하다고 불수 있다. 민정당내에서도 5·17세력과 유신세력의 연합이란 비판을 겁내는반론과 함께 구공화당출신 민정당인사들의 심기가 불편해질 점도 생각해야 할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당과의 연합은 어떨까. 지역기반이 같은 영남이라는점에서 동질감을 가질수 있고 호남기반의 평민당에 공동대항한다는점등은 일단 생각해 볼수 있을법하다.
그리고 정계일부에서는 호남표가 평민당하나에 집중될수 있는 반면 영남표는 민정·민주 양당으로 분산되므로 서울시장등 지방자치제선거에서는 양당이 부분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김영삼씨의 집권재도전 결심이 부동인데다 여당과는 체질과 인맥의 뿌리가 판이하다는 점에서 현재로선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민정당내에선 이왕 연정을 할바엔 평민당과 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논의도 있는 것 같다. 이 역시 어떤 현실적 근거를 조금이나마 갖고 하는 얘기는 아니지만 평민당과의 연정이 성립되기만 한다면 정국안정은 물론 민정당정권의 가장 큰 부담의 하나인 호남문제를 덜수 있고 재야수용등의 효과를 기대할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역시 아직껏 탁상공론으로 맴도는 얘기일 뿐이다.
이처럼 민정당의 연정구상은 그자체로서도 구체화된 것이 없지만 실현가능성에 있어서도 구체성이나 현실감이 아직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연정을 실제 하자면 상대당의 정책수용과 각료의 할애등이 있어야하고, 무엇보다 「5년후」의 문제에관한 합의가 있어야 할것 같다.
3야당의 3김씨가 모두 집권에 재도전할 것이 확실한이상 예컨대 차기집권경쟁에서 민정당이 자기를 밀어줄 것인가 하는 문제, 민정당지지가 집권에 유리하냐의 여부 판단 문제등이 연정참여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로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오늘의 정계상황과 대통령중심제라는 헌정구조에서 과연 연정이 성립될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우선 야당의 연정참여 명분이 문제다. 자기당의 「정책추진」을 위해 참여한다는 명분을 생각할수 있으나 행정부의 모든 권한은 대통령에게 집중돼있고 대통령은 임기중 자기의 선거공약을 이행하기도 바쁘다. 다른당의 정책추진이란 구두선이 되거나 사실상 소수당의 정책동조가 되기 쉽다.
또 의원내각제의 연립내각이라면 소수당의 탈퇴로 내각이 무너진다는 점에서 문자 그대로 연정이 될수 있지만 대통령중심제에서는 소수당각료의 퇴진이 정권 자체에는 아무 영향도 주지못한다.
결국 야당의 내각참여는 감투차지밖에 안될 공산이 크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실정치의 문제로서 「5년후」의 구도에 합의할수 있겠느냐의 문제가 있다.
여권내에도 문기집권을 노리는 사람들이 있는것이 분명한 이상 연정참여의 대가로 민정당이 소수당에 후보를 양보한다든가 하는 일은 생각하기 어렵다. 설사 그런 밀약이 성립됐다 하더라도 나중에 실천될지의 여부와 여권 각종조직이 그에 따라 움직여 줄지가 모두 의심스러운 것이다.
이렇게 따져볼 때 민정당이 연정을 하고싶어도 성사되기 어려운 난관들이 너무나 많다. 현재의 대통령제에서는 민정당이 연정참여야당에 줄 대가나 명분이 도무지 마당찮은 것이다.
가령 내각제라면 연정은 쉬울 것이다.
내각제에서는 정권을 공유하고 특정사안에 의견이 대립될 경우 내각을 깰수도 있기 때문에 연정참여의 명분도 뚜렷하고 참여정당간의 관계나 지분도 떳떳하다. 그리고 원내과반수확보가 정권성립의 기초가 되므로 소수지지의 정권, 과반수 미달의 집권당 같은 현상이나올 수가 없고, 정당연립에 의한 지역감정의 완화, 정권교체에 따른 긴장감완화등도 기대할수 있다.
오늘의 37%지지 대통령, 어느당도 과반수를 못가진 국회라는 현상은 13대대통령과 13대국회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지 모른다. 현재의 4당형세와 지역감정등을 보면 14대에 비슷한 상황이 올 가능성도 생각할수 있다. 그렇다면 그때의 집권당이 다시 연정을 하고 싶어도 하기 어려운 상황의 반복도 상상해 볼수 있는 일이다.
연정을 생각하면서 새삼 대통령제와 내각제를 비교해보게 된다. <논설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