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 슬로건, 다시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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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경기지사, 자유한국당 6·13 지방선거 슬로건. 최승식 기자, 오종택 기자.

남경필 경기지사, 자유한국당 6·13 지방선거 슬로건. 최승식 기자, 오종택 기자.

남경필 경기지시가 자유한국당의 6‧13 지방선거 슬로건인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를 두고 공개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남 지사는 2일 페이스북에 “자유한국당 선거 슬로건을 다시 만들자”며 이 같이 밝혔다.

남 지사는 “이 슬로건은 그 함의를 떠나 국민의 보편적 인식과 거리가 멀다”며 “지금 국민은 과연 보수가 뼈를 깎는 자기혁신을 통해 균형 잡힌 시대정신을 구현할 능력이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 보수는 여기에 분명히 답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는 “이를 상징하는 슬로건부터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보수가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질 뿐”이라며 “‘쇼크’ 수준에 이른 일자리 등 민생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평화의 길이 열린 남북관계의 더 큰 진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답을 찾고 실천하는 일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국민을 편 가르는 데 앞장서서는 안 된다. 더구나 지방선거에서 현장을 누벼야 하는 후보들의 의견도 묻지 않았다”며 “침묵하지만 당과 보수의 미래를 걱정하는 대다수 당원과 후보들의 소리 없는 외침을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5일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나라를 통째로 북에 넘기겠습니까, 나라를 통째로 좌파들에게 넘기겠습니까, 지방까지 통째로 좌파들에게 넘기겠습니까’가 우리 지방선거 구호”라며 “중앙정부를 좌파에 넘기고 지방정부까지 통째로 넘기겠냐고 국민에게 물어보자”고 밝혔다.

홍 대표는 “이것을 색깔론으로 몰고 가면 그때는 정말로 희망 없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부 한국당 소속 지방선거 후보자 사이에선 “민생과 동떨어진 슬로건이다” “유권자들이 얼마나 동의할지 모르겠다”며 당 선거 슬로건을 쓰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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