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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만 번지르르한 공연장, 결국 뜯어고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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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사진=김상선 기자]

"공연장의 랜드마크적 기능만 강조해 바깥 모양만 멋지게 꾸미다 보면 개관 직후 개.보수 공사에 들어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많은 돈을 들였지만 오페라를 제대로 상연할 수 없는 무대입니다."

독일 바이로이트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극장 컨설팅 회사 발터 코트케의 수석 컨설턴트 게로 짐머만(63.사진)이 내한했다. 서울 예술의전당,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등 국내 공연장을 돌아보고 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노들섬 예술센터 건립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짐머만은 28세 때 독일 뮌헨 슈타츠오퍼 기술감독으로 공연예술계에 발을 들여 놓은 뒤 잘츠부르크 축제극장, 슈투트가르트 국립오페라.발레극장, 바이로이트 바그너 축제극장 기술총감독을 지냈다. 2001년부터 발터 코트케사에 입사해 뮌헨.베를린.함부르크 등 독일 3대 국립 오페라극장의 개.보수 공사를 총지휘했다.

그는 공연장의 안전을 먼저 강조했다. "공연장은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모아놓고 불 끄고 문 닫기 때문에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리노베이션은 무대와 객석의 안전사고를 막고 백스테이지와 로비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무대기술인협회 안전기준법 제정위원도 맡고 있는 그는 "독일에서는 무대 안전 법규를 지키지 못하는 극장은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극장의 발코니석을 없애고 객석의 조명을 완전히 끄도록 한 것은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아이디어"라며 "관객의 사교 공간으로서의 로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 노들섬에 지을 예술센터에 대해 "부지 선정과 극장 규모 등 서울시가 정해 놓은 방안에 끼워 맞추는 컨설팅은 곤란하다"며 "설계 공모에 앞서 극장 컨설팅 회사의 국제 입찰공모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이장직 음악전문기자 <lully@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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