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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세기 마지막 선비의 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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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심산 김창숙 평전
김삼웅 지음, 시대의창,
1만6500원, 538쪽,2006년 출간

한국사에서 선비 정신의 맥은 고려말 조선초의 정몽주.길재로 시작한다. 이후 김숙자.김종직.김굉필.조광조.조식.이황.이이.정약용으로 이어지지만, 20세기 선비인 심산(心山) 김창숙(1879~1962)은 흔히 남명(南冥) 조식(1501~72)과 비견된다. 조식이'칼을 든 선비'로 불려서만은 아니다. 심산은 평생 남명을 사숙하면서"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 같이, 자신에게는 추상같이"라는 말을 새겼기 때문이다. '마지막 선비'심산은 현대 유학이 보여줄 수 있는 역동성의 한 끝자락을 보여준 사람이다. 선비 정신이 낡은 유물만은 아니라는 점, 조선조와 또 달리 망국.식민지.해방.분단.독재로 점철된 현대사의 복판을 걸을 때 선비정신이어떻게 책임있는 자세로 연결되는가를 보여줬다. '심산 김창숙 평전'은 주로 역사적 접근을 한다. 활동 중심이다.

경북 성주에서 태어나 임정 참여, 일제경찰의 고문으로 앉은뱅이 신세가 된 뒤 해방 이후 성균관대 설립, 반(反)이승만 운동과 투옥 생활 등이 주축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너무 엄숙.거룩하다. "대장부.군자.지사를 합친 참선비"라는 저자 스스로의 규정 때문일 것이다. 위인전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그 때문이다. 섬세한 뉘앙스도 부족하다. 심산을 다뤘다는 것 자체가 반가우나, '끌림'이 덜한 것은 그 때문이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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