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戰費 870억弗 더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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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7일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대 테러전 비용으로 8백70억달러(약 1백4조원)를 의회에 추가 요청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테러전에서 승리하고, 자유를 증진시키고, 미국을 안전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일은 무엇이든 할 것이며 필요하면 얼마든 지출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부시 대통령이 요청한 8백70억달러는 지난 1차 걸프전 당시의 전비 6백억달러보다 50%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미 의회는 지난 4월 1차전비로 6백26억달러를 책정했었다.

뉴욕 타임스는 "걸프전 당시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대부분의 비용을 부담했지만 이번에는 미국 혼자 떠맡아야 하기 때문에 이미 5천억달러나 되는 재정적자에 큰 부담을 안길 것"이라고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이라크전의 후유증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고 이라크 재건계획에 대한 유엔과의 협조도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중심지가 됐다"면서 "테러리스트들은 미국이 임무를 완수하지 않은 채 떠나기를 바라겠지만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의 우방이 전부 사담 후세인을 권좌에서 제거하려는 결정에 동의했던 것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과거의 이견이 현재의 임무를 방해하도록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동맹국들에 대해 이라크 문제에 대한 협조와 지지를 당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날 연설은 부시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대해 점증하는 의구심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CNN 방송은 "테러전 비용이 8백70억달러라는 것 이외에는 새로운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서 "후세인의 행방은 찾았는지, 미군은 언제쯤 철수할 수 있는지, 대량살상무기는 있는지 등 궁금증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과거의 이견이 현재의 임무를 방해할 수 없다'는 표현도 프랑스와 독일 등 가뜩이나 사이가 벌어진 동맹국들을 다독거린다기보다는 일방적인 훈계조여서 오히려 반발을 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200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의 하워드 딘 주지사(버몬트)는 "베트남전 때 린든 존슨과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한 일을 생각나게 한다"면서 "당시 정부는 전쟁을 정당화하려고 국민을 오도했고 결국 큰 재앙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장인 스티븐 월트는 8일자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에서 "부시 대통령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폴 울포위츠 부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안보보좌관을 해임하는 데서 이라크사태의 수습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공격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사진=워싱턴 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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