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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in&Out레저] 가평 유명산 입구지 계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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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차례 봄비가 내렸다. 메말랐던 땅은 충분히 목을 축였을까. 봄비 뒤에 산기슭의 계곡에선 자연의 양수(羊水)가 터졌다. 산통이 시작된 골짜기는 분주하고 명랑하다. 이제 곧 무수한 생명의 분만이 시작될 것이다. 이번 주 week&은 귀로 즐기는 봄나들이의 지로꾼을 맡는다. 귓전으로 전해지는 봄을 즐기러 계곡 속으로 들어간다.

<유명산> 글=성시윤 기자 <copipi@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가일리의 유명산 휴양림. 연간 방문객으로 치면 산림청이 관리하는 전국 휴양림 중 1위를 차지하는 곳이다. 수도권에 있다는 장점이 크지만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이곳으로 불러모으는 것은 휴양림 내의 골짜기다. 수량이 풍부한 까닭에 사시사철 물줄기가 끊어지지 않는다.

흔히 유명산 계곡으로 알려져 있지만 휴양림 내 안내판에는 입구지 계곡이라 적혀 있다. 계곡물은 유명산이 아니라 인근 양평군의 용문산(1157m)에서 흘러나온다. 계곡은 다른 물줄기와 몸을 섞어 벽계천을 이루고, 가평군 서종면에서 북한강에 합류한다.

이른 아침 입구지 계곡에 들어섰을 때는 이미 시냇물의 독주회(獨奏會)가 열리고 있었다. 모래알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은 골짜기. 골짜기 양옆으로 된비알과 절벽이 버티고 서서 음향 시설 노릇을 훌륭히 해주는 덕에 물소리는 한없이 청절(靑絶)하다.

계곡을 따라 돌 쌓인 서덜, 모래톱과 여울, 그리고 작은 폭포가 번갈아 나타나며 그때마다 물소리도 달라진다. 길이 2㎞ 남짓한 골짜기에는 박쥐소.마당소.용소.꿩소 등 모양 독특한 소(沼)가 네 곳이나 된다. 편히 앉아 쉼직한 널찍한 돌이 여기저기 널렸으니 관람석도 훌륭한 편. 골안개가 걷히기 시작하자 뭇 새들의 울음이 물소리에 보태진다. 아침 업무에 열중이던 곤줄박이와 물까마귀가 인기척에 놀랐나. "쯔쯔피이 쯔피이" "찌찌이 쪼이 쪼이"하며 푸르르 날아오른다. 아침 계곡에서 물소리와 새소리의 협주를 듣자면 서푼서푼 걸어야 한다.

단풍나무.쪽동백.서어나무 등 계곡 가의 나무들은 아직 앙상하다. 새잎을 보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할 듯. 다만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우는 생강나무가 꽃망울을 일찍 터뜨렸다.

푸른 기운은 대신 땅에서 먼저 번지고 있었다. 산그늘 군데군데에서 외떡잎식물 앉은부채(위 사진 (左))의 푸른 잎이 땅을 뚫고 푸릇푸릇 돋아 올라왔다. 앉은부채는 동물들의 몸을 거쳐 숲으로 퍼져나간다 한다. 겨울잠에서 깬 동물들은 소화제 삼아 앉은부채를 먹는다(사람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니 조심해야 한다).

'자이이타'(自利利他)와 '이타자리'(利他自利). '스스로 이로움으로써 곧 남에게 이롭고, 남을 이롭게 하면서 곧 자신에게도 이로움을 얻는 것'이 식물이 살아가는 법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길 '나무 한 그루에 우주의 진리가 가득 찼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죠." 길벗 삼아 함께 나선 숲해설가 박동산(63.유명산숲학교)씨의 설명이 더해지니 계곡 음악회가 더욱 풍성해진다.

계곡에 꽃과 잎이 피어나 눈을 자극할 때면 물소리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입구지 계곡에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하는 것도 그 즈음이다. 계곡 음악회를 듣고자 한다면 지금이 적기다.

*** 여행정보

■ 찾아가는 길=서울에서 차를 몰고 갈 경우 양평 방향 6번 국도→고읍교차로에서 옥천 방향 좌회전→ 가평 방향 37번 국도→ 유명산휴양림 안으로 진입. 서울 상봉터미널(tm.jamycar.co.kr.02-435-2129)에서 유명산휴양림행 직행버스가 오전 6시50분, 8시 등 하루 8회 운행함.

■ 유명산 산행='휴양림 주차장→ 정상 → 입구지계곡→ 휴양림 주차장' 코스(6㎞)가 일반적임. 반대 방향으로 오를 경우 '입구지계곡→ 정상' 구간이 가파르고 지루함을 감안할 것. 입구지계곡 주변은 바위가 많아 길이 험한 편이니 등산화 등 편안한 신발을 신고 갈 것.

■ 휴양림 이용 정보=입장료 성인 기준 1000원, 승용차 주차비 하루 3000원. 문의는 휴양림 관리사무소 031-589-5487.

■ 숲 해설=휴양림에서 자체적으로 4월 중순부터 매주 금.토.일요일에 하루 2회씩(오전 10시, 오후 2시) 숲해설 프로그램을 진행함. 7, 8월 두 달간은 매일 상시 운영. 참가비 없음. 유명산숲학교(www.forestcampus.co.kr.02-701-4644)에서는 유치원.초등학교 등 어린이 단체(20명)를 대상으로 단체가 원하는 요일.시간에 유명산 등 서울 주변의 산에서 숲 이야기를 해주고, 화분 만들기, 천연 염색, 목걸이 만들기 등 20여 가지 생태 놀이를 진행한다. 참가비는 1인당 9000원.

■ 식당=입구에 명산쉼터가든(031-584-7976) 등 식당이 다수 영업 중임. 황기백숙이 2만5000원.

■ 주변 명소=37번 국도 주변에 양평한화리조트(031-772-3811), 중미산천문대(031-771-0306), 중미산휴양림(031-771-7166)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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