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盧탓" 잔류파 맞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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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 구당파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한층 강화했다.

전날 盧대통령에 대한 공개면담을 요구한데 이어 8일엔 정대철 대표에게 盧대통령과의 면담을 주선해줄 것을 촉구했다. 잔류 중도파 의원들이 주축인 '통합모임'의 공동대표인 조순형.추미애 의원은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서한'을 냈다.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공개서한에서 이들은 "현재의 분당사태는 盧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민주당 지지세력의 응원과 당을 발판으로 명실상부한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오른 대통령이 당 분열사태를 외면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민주당의 은혜도 많이 받고 책임도 제일 큰 대통령이 역사 앞에서 통합이냐 분열이냐를 선택해야 한다"면서 "당내 통합도 못 이루면서 동서통합이니 국민통합이니 운운하는 것은 정치적 이익을 관철시키려는 정치적 술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들은 탈당사태의 배후로 盧대통령을 지목했다. "盧대통령의 마음은 이미 민주당을 떠나 있지만 막상 탈당하려니 우리 정치사에 최대 배신행위가 되고, 배은망덕한 행동으로 낙인찍힐까 차마 탈당은 못하고, 측근들에게 은밀히 지시해 민주당을 지역정당으로 왜소화해 없애버리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잔류 중도파들이 盧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신당=노무현당'이란 이미지를 선명히 부각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 내 반노(反盧).비노(非盧)세력을 결집시켜 동조탈당을 막을 수도 있다는 계산을 한 것 같다. 盧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여론을 신당에 대한 거부감으로 연결시키려는 판단도 작용했다.

구주류와 중도파는 당직개편을 통해 사태수습에 나서기 시작했다. 신당파가 불참한 최고위원.상임고문 연석회의에서 이상수 사무총장이 제출한 사표가 수리됐다. 정대철 대표가 "사표 처리는 20일 이후로 미루자"고 했으나 박상천 최고위원, 정균환 총무 등이 신속한 처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평소 대표 옆 좌석에만 앉았던 구주류의 鄭총무는 鄭대표와 멀리 떨어져 앉은 조순형 고문에게 "안으로 들어가시라"며 상석을 양보해 눈길을 끌었다. 참석자들이 "중도파에게 너무 친절한 것 같아"라고 하자 趙고문이 "중도파도 중도파 나름"이라고 해 웃음이 일기도 했다.

신용호 기자<novae@joongang.co.kr>

사진=장문기 기자 <chang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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