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7선언」북한측 대응이 주목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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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노태우대통령의 7.7선언은 진정한 남북대화재개를 위해서는 미횹하다는 일부 지적이 있음에도, 공은 북한으로 넘어가 북한의 대응이 어떻게 나올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있다.
정부관계자들이나 북한문제전문가들은 북한이 일단 적극적 반응을 나타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북한의 남북대화과정에 대한 과거 행태로 미루어보면 그런 유추해석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우리측 제안을 한번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적이 없었고 이번 선언내용에도 그들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정치·군사회담의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덕윽 그럴것으로 관측통들은 예상하고 있다.
북한의 반응이 나오기까지에는 자체내 대응방안의 수립등으로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북한측은 이번 선언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정치선전공세로 역공해올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이와관련, 주목되는 것은 특히「7.7선언」하루전인 6일 북한이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과 「조국평화통일위원회」비상연합회의를 열어 한국정부의 대화창구일원화방침을 비난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북한은 이들 회의를 통해 접촉과 회담을 실현하고 남북연석회의를 마련하기 위한 투쟁을 벌일 것을 촉구하는 한편 특히 「8.15남북학생회담」의 실현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성명을 채택했다.
이갈은 성명이 나오게 된 배경은 물론 최근의 남북간 현안인 학생회담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이 주장해온 「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의 정당성을 내보이기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북한이 이미 7.7선언이 예고된 시점에서 그같은 성명을 채택한 것은 7.7선언의 효과를 반감시키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7.7선언의 대응적 의사표시로도 볼수 있기때문이다. 즉 이 범주내에서 회신이 오지 않겠느냐고 예측할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우리정부도 북한의 이같은 태도를 의식, 북한이 7.7선언을 즉각 수용할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는 듯하다.
7.7선언을 입안하고 탄생시키는데 참여했던 정부의 한고위당국자는 『7.7선언이 정치·군사회담등 북한측 주장을 수용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북한측이 쉽사리 7.7선언에 동조해오리라고 생각은 않는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대북유화조치를 계속 취해나간다면 장기적으로 볼때 북측의 태도를 바꿀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북한문제 전문가들도 북한이 과거 자기들의 기선에 의해서만 남북관계에 응해왔다는 점을 지적, 『7.7선언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7.7선언을 한국정부가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통일열망에 굴복한 것으로 선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북한은 우선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한 주한미군철수·군사력감축등을 들고 나오면서 이를 위해 남·북한·미국의 3자회담과 군사회담·남북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의 개최등을 되풀이 요구할 것으로 보는 관측도 없지 않다.
그들은 또 상투적인 그들의 통일의지를 내보이기위해 올림픽의 남북공동개최를 주장하면서 진정 남북 인적교류의 의사가 있다면 8.15학생회담을 먼저 용인하라고 한국정부에 역제의해올 가능성도 보인다.
바로 이러한 내용들은 학생회담을 제외하면 우리정부가 지금까지 거부 혹은 용납하지 않았던 것으로 북한측의 정치공세 대상이 되어왔던 것들이다.
그러나 이같은 회의적인 관점과 함께 긍정적인 요소가 없는 것도 아니라는 분석이 있다.
앞으로 한국정부의 대응태도에 따라 남북간 물적 교류와 남북간 상호비방중지및 소모적인 경쟁·대결외교의 청등은 북한측이 점진wrj으로 수용할만한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처해있는 어려운 경제상태와 동서간에 펼쳐지는 급속한 해빙분위기를 고려하면 북한측이 어느정도 유연성을 보이지 않을수 없는 상황이 북한내외에서 조성되고 있는점을 간과할수는 없다.
이미 소련의 「고르바초프」정권이 개방과 개혁정책을 추진하면서 서방과의 관계를 완전히 재정립하려 하고있고 중공의 등소평체제도 급속도로 대서방관계를 개선하는등 공산권의 양대국이 체제변화를 모색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영향을 북한도 조만간 받아들이지 않을수 없으리라는 점은 남북관계개선에 청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더우기 북한은 최근 자립경제정책의 추구만으로는 힘에 부치는 상황이어서 외부로부터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있는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바로 북한의 이러한 대내외적 상황변화는 북한으로 하여금 더이상 고립정책을 고집할수 없도록 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북한문제전문가들은 이같은 주변 상황론을 들어 『북한이 적당한 명분만 찾을수 있다면 제한적이나마 국제적인 개방압력을 수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중소가 정치·이념적으로는 북한을 지지하지만 경제·외교적으로는 그들의 태도를 바꾸도록 종용하고 있는것으로 관측되어 이같은 전망도 설득력이 없는게 아닌것같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때 한국정부가 7.7선언에서 미국과 일본의 대북한관계개선을 용인하고 더나아가 협조하겠다고 한것은 북한측이 고립에서 탈출할수있는 물꾜를 터준 것으로 풀이할수도 있다.
만약 북한이 이점을 긍정적으로 수용한다면 미국과의 2자회담 혹은 3자회담, 즉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위한 회담을 다시 제안하고 그때 우리측이 신축성있게 대응한다면 남북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역제의에 대해 우리측이 어떻게 대응해 교호작용을 할지가 앞으로의 남북관계를 가능하게 될것같다. <이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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