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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중남미 최대 물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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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아르헨티나 국채 매입, 중남미 13개국에 할인가로 석유 제공, 브라질 삼바 축제 지원, 멕시코 빈민층에 무료 개안수술….

우고 차베스(사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그간 이웃 국가들에 베푼 '선심성 지출' 목록의 일부다. 넘쳐나는 오일 달러를 중남미 좌파 정부 지원에 아낌없이 뿌리고 있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4일 차베스 대통령이 반미연대를 위해 지출한 해외지원 자금이 연간 30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남미의 경제개발과 마약 퇴치사업에 지원하는 연 20억 달러보다 많다. 적어도 중남미에서는 베네수엘라가 미국을 제치고 최대 물주로 자리 잡은 셈이다.

◆ 좌파 지원에 오일 달러 쏟아부어=차베스는 좌파가 집권한 아르헨티나의 국채를 지난해 25억 달러어치나 사들였다. 아르헨티나가 지난해 발행한 국채의 거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네스토르 키르체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이를 발판으로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빌린 차관 95억 달러를 조기에 상환할 수 있었다.

차베스는 또 쿠바에 하루 10만 배럴의 석유를 할인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차베스는 쿠바에서 '산타클로스'로 통한다.

미국 헤리티지 재단은 차베스 대통령이 지난해에만 30억 달러를 반미연대를 위한 해외지원사업에 사용했을 것으로 추산한다. 베네수엘라의 컨설팅업체인 경제조사센터는 1999년 차베스 대통령 취임 이후 지금까지 250억 달러 이상을 대외지원에 썼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고 있다. 매년 36억 달러가량을 쓴 셈이다. 지원 대상도 중남미에 그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전 세계 30개국 이상이 베네수엘라로부터 크고 작은 도움을 받았다.

◆ "차베스, 카스트로 영향력 넘어서"=선심 외교의 영향으로 반미 국가들 사이에서 차베스의 영향력이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보다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헤리티지 재단의 스티븐 존슨 연구원은 "차베스는 오일 달러를 무기로 카스트로도 일찍이 하지 못한 일을 하고 있다"며 "그가 반미연대의 새로운 지도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차베스의 대규모 해외지원 정책을 보는 베네수엘라 국민의 시각은 곱지만은 않다.

자국의 빈민 구제에 써야 할 돈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현재 전 인구에서 빈민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30%까지 줄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상당수 경제학자들은 여전히 절반 이상의 국민이 빈곤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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