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화 정책의 포기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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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에서 최근 공식, 비공식적으로 내놓은 부문별 경제정책을 종합해 보면 경제정책의 기조에 엄청난 변화가 예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동안 각종 경제정책이 안정화 기조에 초점을 맞추더니 극히 최근 들어서는 안정기조를 포기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정책이 급선회하고 있다. 정부는 그럴싸한 이유를 내세워 경기확대정책을 내놓고 있으나 정책의 일관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물론이고 과연 급격한 정책전환이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경제정책은 여건 변화에 따라 궤도수정을 할 수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정책 기조의 일대 전환방향은 재검토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그동안 다져온 안정기반을 더윽 공고히 하기위해 안정화 시책을 강조하고 선거공약사업은 예산의 범위안에서 우선순위를 두어 벌이고, 올해 추경편성은 전면보류하는 쪽으로 재정긴축을 하겠다고 다짐했던 정부가 아니었던가. 내년예산도 수입내지출의 건전재정을 목표로 편성하려던 것이 정부의 당초 방침이었다.
그러나 엄청난 규모의 추경을 편성키로하고 내년예산은 적자예산까지 예정할 정도로 큰 방향전환을 하고 있다. 지난 몇년동안 손안댄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도로포장을 하고 주택사럽 계획을 더욱 늘리는등 공공부문투자를 대폭확대 할 것이라고 한다.
선거 때 공약한 것도 있고 새 정부가 들어서 농어민이나 도시영세민을 위한 정책적 배려도 필요할 뿐만 아니라 흑자경제에 수반되는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약간의 정책수정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5일 확정한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을 보면 정책의 수정 정도가 아니고 기조의 전환이다. 정부는올림픽 이 후 경기후퇴에 대응하고 적정 국제수지 관리를 위하고,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통해 농어민과 도시 영세민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경직성 경비를 제외하면 뻔한 예산에만 의존할 수 없어 추경도 짜고 적자재정도 무릅 쓰겠다는 것이다. 올림픽이 후 경기전망에 관해서는 비관론이나 낙관론 어느족도 확답을 내릴 수 없다. 최근 경기가 다소 위축현상을 보이고 있으나 정부의 긴축의지를 포기시킬 만큼 비관적인 것도 아닌데 정부는 서둘러 경기부양책을 세우고 있다.
정치적인 고려가 있어 보인다. 정치적으로 안정하기 위해서는 경제걱 지원이 필요 할 것이고 그 같은 계산에서 무리한 경제운용 계획이 짜여진 것 같다.
우리경제는 국제수지 확대, 노사분규의 여파, 선거의 후유증, 올림픽으로 들뜬 분위기등 여려 요인이 복합되어 안정화 노력을 배가해도 어려운 형편이다. 물가불안은 올해 최대의 현안과제로 되어 있다.
그런데도 정부정책은 위험스러운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정부에서 서두르는 도로포장만큼 더 절박한문제가 없는 것인가.
추경편성도 가급적 규모를 줄이고 내년 예산은 건전재정을 고수하는 쪽이 바람직하다. 재정쪽에서 안정기조를 먼저 무너뜨리려하고 있는 것은 우려할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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