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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ㆍ조현민 경영 손 뗀다…조양호 회장 사과문 발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2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조 회장의 둘째 딸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와 큰 딸인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은 모든 직책에서 사퇴하고 경영에서 손을 뗀다. 전문경영인이 맡는 부회장직이 대한항공에 신설되고, 한진그룹 차원의 준법위원회도 도입한다. 지난 12일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논란이 불거진 이후 열흘 만에 대한항공 측이 이 같은 수습책을 내놨다. 이를 계기로 오너 일가에 대한 성난 여론이 진정될지 주목된다.

조 회장은 22일 오후 700자 분량의 사과문을 통해 "저의 가족들과 관련된 문제로 국민 여러분 및 대한항공의 임직원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 고 밝혔다. 그는 사과문에서 "대한항공의 회장으로서, 또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제 여식이 일으킨 미숙한 행동에 대하여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며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저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두 자녀도 경영에서 물러난다. 조 회장은 "조현민 전무에 대해 대한항공 전무직을 포함해 한진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하도록 하고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도 사장직 등 현재의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또한 사과문에서 대한항공에 전문경영인 부회장직을 새로 만들고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를 부회장직에 보임한다고 밝혔다. 회사 안팎에서 커지고 있는 전문경영인 도입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설명이다. 한진그룹은 "석태수 부회장은 대한항공의 경영과 더불어 대내 소통과 화합을 담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사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외부인사를 포함한 준법위원회를 그룹 내에 구성할 계획인데, 구성 방식과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조 회장이 집무실 방음 공사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복수의 대한항공 관계자들은 대한항공이 20일과 21일 이틀 동안 서울 강서구 공항동 본사 7층에 있는 조양호 회장 집무실에서 방음 공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관계자는 “조현민 전무가 본사 사무실에서 직원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음성 파일이 공개된 후 조양호 회장이 공사를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대한항공 측은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해당 날짜에 방음 공사를 한 적이 없다"며 "전선이나 페인트칠 등을 확인하는 일상적인 시설점검을 했고, 회장실 나무문에 3㎝ 틈이 생긴 것을 발견해 이를 실리콘으로 메웠을 뿐"이라고 말했다. 공간 구조상 별도의 방음 공사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조현민 전무가 일한 6층에선 직원들과 업무공간을 공유했지만, 회장실을 포함한 7층은 일반 직원이 일하는 인사부가 있더라도 출입 게이트를 지나 중역실 10곳을 또 거쳐야 맨 끝에 있는 집무실이 나온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직원들로 구성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은 지난 18일 개설 이후 가입자 수가 22일 기준 900명을 넘어섰다. 이곳에선 오너 일가의 갑질에 대한 추가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21일에는 "조 전무가 다른 임원과 달리 상무 때부터 벤츠나 마세라티를 탔다"며 "한진렌터카에서 회사 비용으로 차를 빌린 것으로 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다. 한진그룹은 “단체 채팅방에 나온 이야기들은 의혹을 제기한 수준"이라며 "확인되는 대로 공식 입장을 낼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채팅방은 증거가 될 만한 중요한 자료나 핵심 제보는 텔레그램에 따로 모아 언론이나 수사기관에 제공하고 있다. 채팅방의 존재가 외부에 알려진 만큼 회사의 모니터링과 제보자 색출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강나현 기자 kang.na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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