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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드루킹 측 "탁현민 이미 사과"…총영사 갈등 뒤 "총선 때 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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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댓글 공격 ID 흔적 추적해보니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 주범인 김모씨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 주범인 김모씨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의 주범인 김모(49·필명 드루킹)씨 일당이 온라인 공간에 남긴 댓글 공작의 흔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강경화 청문회 보면 생각 바뀔 것” #지난해까진 정부 옹호 글이 다수 #대선 뒤에도 안철수 계속 공격 #바른정당과 통합 당내 갈등 때 #“원맨쇼 서커스 핵꿀잼” 글 올려

김씨 일당의 활동내역을 파악할 수 있는 실마리는 지난 2월 23일 네이버에 실린 한 일간지의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기사다. 이 기사 댓글엔 뜬금없이 ‘김경수 오사카’라는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 김씨가 김 의원을 통해 A변호사를 일본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했지만 청와대가 이를 거부하자 김씨 일당이 댓글로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외부에선 그런 내막을 알 길이 없기 때문에 ‘김경수 오사카’ 댓글을 단 사람들은 김씨 주변 세력으로 볼 수 있다.

당시 김 의원을 공격한 아이디(ID·계정)는 sung****, 0717***, anma****, budd****, joke****, mapo****, kym0**** 등이다. 이 아이디들은 김씨 일당이 지난 1월 ‘매크로’(여러 댓글이나 추천 등을 한꺼번에 입력할 수 있는 기능) 프로그램을 이용해 댓글을 조작했을 때 동원된 아이디 614개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취재진은 각종 기사 댓글에 달린 이들 아이디의 흔적을 추적하면서 김씨 일당의 댓글 작업으로 추정되는 정황을 곳곳에서 발견했다. 김씨 일당이 사용한 아이디와 우연히 앞자리만 같은 아이디일 수도 있지만 댓글 내용에 정치색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김경수 오사카’ 댓글 작업을 벌인 아이디와 동일 아이디일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 주범인 김모씨 일당은 민주당 김경수 의원과 마찰이 생긴 뒤부터 ’총선 때 보자“는 식의 댓글을 남겼다. 이들은 매뉴얼을 공유하며 네이버·다음 기사의 댓글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 [연합뉴스]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 주범인 김모씨 일당은 민주당 김경수 의원과 마찰이 생긴 뒤부터 ’총선 때 보자“는 식의 댓글을 남겼다. 이들은 매뉴얼을 공유하며 네이버·다음 기사의 댓글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 [연합뉴스]

대선 직전인 지난해 4월 28일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는 기사엔 “지들 빼곤 다 패권이래”(joke****)라는 댓글이 달렸다. 지난 1월 31일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앞두고 당 지도부와 갈등을 빚는 모습을 다룬 기사엔 “안철수 원맨쇼 서커스 XX 핵꿀잼”(kym0****)이라고 적혔다. 김씨가 이끌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이 지난해 대선 때 안철수 당시 후보를 상대로 ‘MB 아바타’ 등의 댓글 작업을 벌였다고 스스로 밝힌 것처럼 안 전 대표에게 줄곧 부정적인 댓글을 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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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엔 정부를 옹호하는 댓글도 다수 작성했다. 지난해 7월 4일 ‘여성 비하’ 논란을 빚은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여성단체 대표의 인터뷰 기사에는 “(탁 행정관이) 자기의 생각을 10년 전에 책으로 냈고 충분히 사과하고 많은 여성단체를 위해 무료 봉사도 했다”(budd****)는 의견이 달렸다. 지난해 6월 9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JTBC ‘썰전’에 출연해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비판한 내용을 다룬 기사에는 “월요일 녹화가 함정. 청문회 봤으면 (강 장관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anma****)고 옹호했다.

그러나 오사카 총영사 문제로 김씨와 김경수 의원이 불편한 관계가 된 이후부터 댓글 기류가 바뀌었다. 지난 1월 31일 암호화폐 규제를 둘러싼 정부의 혼선을 지적하는 기사엔 “본인들 이익만 생각하네 그래 총선 때 보자”(anma****)는 비판적인 글이 적혔다.

김씨 일당으로 보이는 이들이 최근 민주당 지방선거 후보자 경선에 관심을 보인 흔적도 드러났다. 경기지사 경선에 나선 전해철 의원을 옹호하고 이재명 전 성남시장을 비판하는 댓글이 발견됐다. “사람 사는 세상에는 전해철이 적격이다”(kym0****, 지난해 12월 17일), “TV에 나와서 이미지 세탁하는 반칙왕하고는 다르지. 전해철 의원님 지지합니다”(sung****, 지난 1월 8일)는 식이었다. 김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전해철 의원의 글과 기사를 올리며 지지하는 글을 남기곤 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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